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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훈 - 주공 2단지시 2019. 12. 10. 23:32
주공 2단지
주대훈
주공 2단지 버려진 배구장 족구장 흙바당에서 축구공을 차다가 비둘기의 머리를 맞힌 적이 있다 기울어진 대가리
대가리. 어딘가를 보는 과녁 같은 눈으로 나는 추워진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던 곳 고운 흙 사이 작은 자갈
같은 눈. 빨간 자위 한가운데 검은 눈동자 초점 없는 검은 자위
무엇을 보았을까. 스타 축구공 초등학교 옆 문방구에서 빨간 그물에 넣어 팔던
천천히 날아오는 축구공 옆의 움직이는 사람들 안개 같은 입자들 그림자
우리집에는 축구공이 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새는 그리운듯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다 날아갔다
우리는 계속 철망 한 칸으로 공을 찼다
주공 2단지가 재개발될 때 전세집이던 우리는 메뚜기처럼 튀어나갔다
풀밭엔 한쪽 비둘기 날개가 스포츠 브랜드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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