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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대 총선에서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녹색정의당에 투표하는 이유
    에세이 2024. 4. 4. 01:41

    들어가며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내 정치 성향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겠다. 나를 스윙보터로 보기는 어렵다. 나는 진보 정당 지지자로서, 현 진보당 계열이 아닌 이상 진보 정당 후보자가 있으면 진보 정당에 투표해 왔고 없으면 민주당 계열에 투표해 왔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가 너무 박빙일 때에는 민주당 계열에 투표하기도 했다.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 사실 이건 윤석열 후보보다는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좀 덜하긴 하지만 당시의 이준석은 안티페미니즘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이었다. GS25 포스터에서 뭔가를 집는 손가락을, 남성혐오 집단이 비밀스럽게 숨겨 놓은 표식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여기서 막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여튼, 지금부터 설명할 이번 총선에서의 내 투표 방침은 위에서 설명한 내 투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관성적인 투표라고 볼 수도 있고, 거창하게 글로 남길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남기는 건 내게는 분명한 투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내게 영향을 받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투표하는 이유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는 이유는, 진보 정당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서울 강북구 을에서의 코미디 같은 난맥상, 논란이 되고 있는 양문석, 김준혁 후보 모두 부자연스럽게 비명 후보를 찍어내고 들어온 친명 후보들이다.
     
    이러한 공천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공천이 온전히 시스템 문제라면 시스템이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든 하지 않든, 강경 당원들에게 경도되어 '수박을 찍어 내자'처럼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구호가 당 운영에 관철되어, 당이 일반 시민들과 괴리되는 현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성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윤석열 정권을 견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에서 일어난 세 가지의 사건을 이야기하겠다. 
     
     

    첫째는  R&D 예산 삭감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R&D 예산을 14.7% 삭감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국가 성장의 중요 동력이라는 것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동결도 아니고, 5% 삭감도 아니고, 무려 예산을 14.7% 삭감하겠다는 것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분명 비상식적인 일이다. 각종 언론을 통해 기초 연구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연구 현장을 떠나게 되었는지의 이야기가 나타난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을 단행하면서 대통령이 말한 이유는 실체도 불분명한 R&D 카르텔이다. 대통령은 나라를 지배하는 카르텔이 있고, 그 카르텔을 깨부수면 비정상이 정상화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2024년 신년사는 이권,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런 정치적인 구호를 위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윤 대통령 신년사 “이권·이념 패거리 카르텔 반드시 타파” (hani.co.kr)

    윤 대통령 신년사 “이권·이념 패거리 카르텔 반드시 타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2024년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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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14.7%라는 인상폭은, 16.6%를 삭감하겠다는 정부의 초안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반려되어 조정된 안이다. 즉, 여소야대라서 이 정도라도 된 것이다. 이러한 정권에게 국회까지 쥐어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려워서 두렵다.
    R&D 예산 깎아놓고 "목표도 낮춰라"…실패를 권하는 건가 [예성준이 소리내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R&D 예산 깎아놓고 "목표도 낮춰라"…실패를 권하는 건가 [예성준이 소리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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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는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이다.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해병대가 동원되었다. 그 과정에서 한 일병이 급류로 인해 실종되었고,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강에서 수색할 당시 해병대 병사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이유는 전투복과 적색 해병대 체육복만을 입고 다른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사단장의 지시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중간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보이더니, 결국 해병대의 수사를 축소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었고 엉뚱하게도 수사를 진행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보직해임된다. 해당 내용과 관련하여 외압이 행사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언론 보도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스트레이트] 채 상병 수사, 누가 뒤집었나? - 외압과 항명 (naver.com)

    [스트레이트] 채 상병 수사, 누가 뒤집었나? - 외압과 항명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또 한 명의 청년이 군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수사하던 책임자가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외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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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의혹은 수사 외압에 연루되어 있다고 지목되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종섭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전 장관이 급을 한참 낮춰 호주대사를 맡는 것, 공수처의 출국금지 상태였는데도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다. 
     
    현재는 의혹일 뿐이지만, 나는 합리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해당 사건을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보도가 수사의 결과가 바뀌게 된 것은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민주주의적 법질서가 무너졌다는 의혹이 상당히 신빙성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시민으로서 무척이나 우려스럽다. 나는 이러한 대통령에게 국회를 쥐어 주고 싶지 않다.
     
     

    셋째는 왜곡된 언론관이다. 

     
    미국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한테 욕설을 섞어 말한 것을 MBC 등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했다. 내가 듣기로 이 발언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외교부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그 이유는 해당 내용이 어떻게 발언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입증해 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뭐라고 말했던 걸까? 대통령은 자신이 뭐라고 발언했는지 밝혀 주지도 않았다. 날리면인지 뭔지, 어떤 말인지 여러 "대안적 진실"이 난무했다. 황당하게도 소송에서 외교부측이 승소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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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문제적인 것은 그 이후의 행보이다. 대통령은 방통위원장을 갈아치운 뒤 방심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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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사장을 갈아 치운 후 장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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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KBS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전달한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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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언론 장악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평소 대통령이 자주 보였던 대결적 세계관이다. 적을 축출하고 자신의 사람들을 통해 장악해서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모습이다.
     
    이러한 대결적 세계관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뜬금없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결코 이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시대착오적 인식과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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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범도 동상을 이전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권이 국회를 얻게 된다면 그러한 일들은 앞으로 더욱 많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비례대표에서 녹색 정의당에 투표하는 이유

     
    비례대표에서는 녹색정의당에 투표할 것이다. 앞서 나를 진보 정당 지지자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스스로 내 정치 성향을 리버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진보 정당들보다는 민주당에 더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 녹색정의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이유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녹색정의당의 정책 중 특히 탈핵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녹색정의당의 의원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지지율 추이를 보면, 녹색정의당은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석연치않게 오픈리 게이인 임태훈 씨를 후보에서 솎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개개인 중에서는 진보적인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당 차원에서 그들은 이처럼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후퇴하게 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내가 그런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러한 행동이 다수의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거대 정당의 한계라고 변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녹색정의당이 원내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LGBT를 차별하지 말라고,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노동자를 보호하라고, 진보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정당이 생존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 중인 기본소득당과 진보당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오픈리 게이를 찍어 낸 일이나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으로 영합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그들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소득당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정당이다. 전국민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데에는 막대한 돈이 들며, 이를 위해서는 기본 복지 체계의 축소가 필연적일 것이다. 기본소득은 말하자면 기존 복지 체계를 축소시키면서, 오직 세입 측면에서만 불평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정책이다. 따라서 나는 기본소득이 다분히 공상적이며, 불평등 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당은 국민의힘을 친일 세력이라고 지목하며 비판하는 정당이다. 서로를 공산주의 세력, 친일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악마화하는 정치가 2024년의 한국 정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이석기 전 의원을 망상에 빠진 이상한 사람이라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진보당에 줄 표는 아마도 나에게는 없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녹색정의당은 진보적인 가치를 말하는 합리적인 진보 정당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60석에서 161석이 되는 것과, 조국혁신당이 10석에서 11석이 되는 것보다 녹색정의당이 0석에서 1석이 되는 것은 훨씬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녹색정의당에 대한 투표는 우리나라의 제도권 정치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더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투표가 될 것이다. 여러분의 투표가 0에서 1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글은 끝입니다. 이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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