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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 - 어쩌다가 달리기에 돌아오게 되었는가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2. 10. 27. 00:11

    5.

     

    그렇게 야외 러닝과 남남처럼 살아가던 나라는 자식은 어쩌다가 러닝으로 돌아오게 되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야외 러닝을 안 하게 된 것은 트레드밀 달리기에 익숙해진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야외 러닝과 섭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어느 날 신정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근처에는 별다른 뛸 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야외 러닝을 하려고 해도 머쓱~zz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취미로 트레드밀 달리기를 하는 자식이 되었다.

     

    그런데 독립해서 이사를 왔는데 어랍쇼 ㅋㅋ 근처에 하천이 있는 게 아닌가? 마침 코로나19 감염증 선생님 때문에 헬스장에 가기는 조금 애매한 상황이기도 했고, 예전 집과는 달리 1층이 아니라서 집에서 버피 같은 걸 하기 어렵기도 했고, 케틀벨 스윙이나 스내치는 층간 소음 걱정은 없는데 손이 자꾸 까지고 운동이 힘들어서 부담스럽고.. 스쿼트 푸시업 그런 거도 뭐 좋지만 일단은 쫌 숨차는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미드~~~ 같은 것을 보면 금발 백인 선생님들이 열심히 자기관리인지 나발인지 ㅋㅋ 하면서 니플패치 붙이고 열심히 댈리기 갈기시지 않나? 윈터 솔져 보면 캡틴 선생님이 언유어레프트 하면서 계속 흑인 일반인 선생님 제끼시고.. 그런 걸 해 보고 싶었다. 독립해서 새 인생 새 출발 하는데, 뉴약 사람처럼 품위있는 취미를 1개 가지는 건 어떨까? 아무튼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나 답게도 허영심 있고 충동적인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6.

     

    그런데 나는 당시 무릎이 조금 안 좋았다. 왜 안 좋아졌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어떤 시점 이후로는 항상 안 좋아서 조심조심 운동했던 기억이 난다. 내 도가니에 결정타를 갈겼던 게 계단 오르기였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계단 오르기를 했었는데, 뛰어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다가 무리가 왔다.. 계단 운동할 사람 있으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뒤꿈치를 밟아 가며 올라가야 한다고 함.. 내려가는 건 무릎에 안 좋다고 합니다.

     

    늘 그랬듯이 어떻게 달리면 무릎이 덜 상하는지 열심히 정보를 찾아봤다. 행동에 옮겨서 부딪혀 가면서 몸으로 경험을 쌓기보다는 편하게 손꾸락을 놀려가면서 대충대충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고 옘병 별 의미없는 갈비지 정보들 머리에 쌓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괜찮아.. 악역은 익숙하니까.. 그래서 선택했던 게 미드풋 러닝이었다.

     

    러닝 주법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세 개가 있다. 첫째. 힐스트라이크. 뒤꿈치로 착지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미드풋 러닝. 발 전체로 착지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포어풋 러닝. 발 앞꿈치로만 디뎌서 착지하는 것을 말한다.

     

     

    한때에는 힐스트라이크가 각종 부상을 유발하고, 퍼포먼스를 해치는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 반면 케냐 등 아프리카의 정상급 마라토너들이 포어풋 러닝 주법을 쓴다는 이유로 포어풋 러닝 붐이 일었다고. 그러나 자연스럽게 그런 러닝 주법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후천적으로 그런 주법을 사용하는 건 적어도 일반인 레벨에서는 엄청 난이도가 높고 부상 위험도도 높은 모양이라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든 모양이다.

     

    그렇다면 미드풋 러닝과 힐스트라이크는 어떨까? 미드풋 러닝까지는 어느 정도 달리기 경력이 있으면 나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그냥 자기가 타고난 대로 달려도 나름대로 괜찮은 모양이다. 미드풋 러닝이 뭐 낫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알고 보니 별 차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단 달리기에서는 발이 몸의 중심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오버스트라이드가 부상 위험을 크게 높이는데, 미드풋 러닝은 자세 특성상 오버스트라이드가 나오기 어려워서 그 점에서는 약간의 이점도 있다고 한다.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미드풋 러닝도, 힐스트라이크도 각자 장단점이 있어 그냥 비슷하다는 말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난 미드풋 러닝을 선택한 걸까? 부상 위험도, 퍼포먼스에 차이가 있더라도 힐스트라이크와 미드풋 러닝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힐스트라이크는 무릎에 부담을 준다. 미드풋 러닝은 아킬레스건과 발목에 부담을 준다. 무릎이 안 좋은 나는 미드풋 러닝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그런데 이런 거 아니었어도 그냥 호기심에 미드풋 러닝을 시도해 봤을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달리기의 묘미 중 하나는 정보를 찾아 계획을 세우고 새롭게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나는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좀 특이케이스였던 것 같고, 초보 레벨에서 주법은 함부로 바꾸면 안 되고 바꿀 필요도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애초에 내가 힐스트라이커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타고난 미드풋 러너였던 것 아닐까? 가끔 궁금해서 힐스트라이크를 해 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금방 미드풋으로 돌아와 버린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7.

     

    주법을 정했으니 이제는 러닝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전에 썼지만, 내가 예전에 러닝을 깔짝깔짝 했을 때에는 그냥 뭔지도 잘 모르고 그래도 아직은 아식스죠ㅋㅋ(그아아) 라고 생각하고 아식스의 안정화를 샀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현재 러닝화 시대의 대세는 맥시멀리즘이라고 한다. 각종 러닝화들이 경쟁적으로 미드솔, 즉 신발의 중창 부분에 최적의 소재를 개발하고, 그 소재에 각자 멋진 이름을 붙이고 내놓고 있다. 나이키의 리액트폼. 아디다스의 부스트폼, 뉴발란스의 프레시폼 등등. 이런 미드솔 소재들은 푹신푹신해서 몸이 받는 충격이 적으면서도, 반발력이 뛰어나 용수철처럼 발이 자동적으로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가볍기까지 한 러닝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카본 플레이트를 활용한 러닝화들이 대두하면서 황금기를 맞았다고 한다. 카본 플레이트는 탄소섬유 판으로서, 엄청난 탄성을 제공하여 엘리트 러너들의 퍼포먼스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근데 진짜 잘 뛰는 사람이 아니면 써 봤자 부상만 입고 퍼포먼스에도 별 도움 안 된다고 함... 아무튼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가고 쿠션이 엄청난 나이키의 신발이 각종 마라톤 대회를 점령하고 세계 신기록들을 경신하면서, 수영의 전신 수영복이 등장했을 때처럼 기술 도핑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정도였고 러닝화에 대한 규정이 바뀌었을 정도라고 한다.

     

    킵초게가 서브2를 달성했을 때의 신발도 두툼한 중창에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신발이었다. 이 때처럼 카본플레이트를 몇 장 깐 신발은 지금 대회에서는 못 쓴다고 함.

     

    그리고 아식스는 이런 흐름에서 뒤쳐졌다. 미드솔 쿠션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했고, 아식스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젤에 집착하면서 망조가 들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잘 모릅니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지. 쿠션은 많이 들어가면 무게가 가벼워지지만, 젤을 많이 넣으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가볍고, 반발력 좋고, 쿠션도 좋은 신발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뭘 샀느냐? 아식스의 노바 블라스트를 샀다. 아니 이럴 거면 지금까지 아식스를 왜 욕한 것이지? 이자식 뭐하는 자식이지? 신채호 선생님의 외침이 너는 들리지 않는 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내 발은 저주받은 옐로우몽키의 발 그대로이다. 발볼이 넓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발볼이 넓은 모델을 내 주는 아식스 아니면 뉴발란스, 미즈노 정도였는데 뉴발란스는 내 기준에서는 조금 비쌌고 미즈노는 뭐.. 아식스보다도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둘째. 아식스 노바 블라스트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아식스가 칼을 갈고 준비한 쿠션화이다. 아식스는 그동안 플라이트폼이라는 미드솔 쿠션을 밀다가, 이번에 그 플라이트폼을 진화시켜서 만든 블라스트폼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름이 플라이트폼 블라스트폼인가 뭐 옘병 그런 것을 만들었다. (찐 특 : 이름 거창하고 복잡함) 그리고 그게 들어간 러닝화가 노바 블라스트였다.. 어디를 봐도 반발력과 쿠셔닝, 무게 면에서 호평 일색이었다.

     

    셋째. 내전화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드풋 러닝을 할 생각이었기에 내전화를 신을 이유가 없었고, 내가 과내전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전화는 바깥쪽 발뒤꿈치로 밟아 엄지쪽으로 달려서 발목이 뒤틀리고 아치가 무너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인데, 발 전체로 착지하고 앞꿈치를 중심으로 뒤로 미는 미드풋 러닝 방식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 내가 러닝화 살 때 마침 세일이었다..

     

    그리고 이거 여태까지의 아식스 신발과는 달리 아재 느낌도 좀 안 나지 않나? 나만의 생각인가 ㅋㅋ ㅈㅅ

     

     

    8.

     

    그래서 4월에 러닝에 복귀하기 시작했다. 러닝화가 배송 온 저녁에 신나서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4km 동안 달리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쓰는 나이키 런 클럽(NRC) 앱을 사용했고 킬로당 546분 페이스로 달릴 수 있었다. 천천히 뛴다고 뛰었는데도 6분 안쪽으로 나와서 조금 신기했다. 예전에 야외 달리기 했을 때에는 천천히 달릴 때 6분은 보통 넘었엇는데, 4km 정도만 다녔지만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고 괜찮았다.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트레드밀 러닝도 몇 달 쉬었던 시점이었는데.

     

    왜 이렇게 찍어 둔 사진이 없지 ㅋㅋ 포스터로 대체함

     

    그동안 다람쥐처럼 트레드밀 돌리던 내 두 개의 폐가 뭔가를 쌓아 왔던 걸까? 미드풋 러닝과 내가 너무 잘 맞는 걸까? 아니면 러닝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3일 정도 뒤 저녁에 5km를 본격적으로 뛰어 봤다. 페이스를 보면 알겠지만 처음에는 대충만 뛰려고 했는데 중반부부터 욕심이 나서 조금 속력을 내 봤고, km518초가 나왔다.

    zz 4km부터 시작되는 욕망

     

    어쩌면 앱이 목소리로 안내해 주는 것에 도움을 크게 받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1km마다(나는 500m마다로 설정함) 이어폰에서 시간과 거리와 페이스를 알려 주니 잘 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쓰다 보니 깨달은 건데, 스마트 워치가 있으면 이거 꽤 유용하겠다. 손목만 보면 지금 내가 어느 정도의 페이스인지 알 수 있으니까 무리도 하지 않게 되고, 내가 잘 달리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너무 막막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튼 좋았다는 얘기다.. NRC 물론 자꾸 로그인 풀리고 옘병 다시 로그인할 때마다 변경된 약관 동의하라고 해서 변경된 약관 동의를 백번 정도 하게 만들고 기록 막 날려먹고 그래서 나이키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 이딴 어플을 만들었군 ; 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꽤 유용했던 건 맞다. 무슨 챌린지라든지 기록도 있어서 재밌게 할 수도 있고.

     

     

    9.

     

    러닝에 복귀한 다음 이것저것 하다가, 본격적으로 템포런과 LSD (마약 아님 Long Slow Distanc run)를 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템포런은 주2, LSD 런은 주 1회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고 템포런 1, LSD 1회 하면 다행이었다.

     

    템포런은 앞뒤 저속 구간은 6분 전후 페이스, 가속 구간은 한 455초 페이스 정도로 뛰었다. 아니 근데 이거 kf-ad 마스크 쓰고 뛴 건데 잘 뛰었네.. 뭐지? 이렇게 보니까 이때에 비해 그렇게 발전한 것 같지는 않은데. LSD는 주로 주말에 6~8km 정도 6분 전후의 페이스로 뛰었다. 사실 5km를 템포런으로 뛸 수 있으면 8km 뛰는 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느릿느릿 천천히 뛰면 뭐 땀은 조금 나도 개힘들다 이것보다는 좀 지루한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이 당시 나는 서서히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별달리 크게 발전한다거나 달리기에서 커다란 재미를 느낀다거나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달리기.. 사실 뭔가 점점 연식이 오래되어 가며 생존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필요성과 뉴약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허영심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그랬다. 아예 처음부터 개허접이었으면 뭔가 발전하는 감각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 이 시기 이렇게 잘 달린 건 아무래도 불가사의하기는 하다.

     

    아무튼 그렇게 정체기 비슷한 것이 왔고.. 뭐 특별히 발전한 것도 없었지만.. 그래서 달리기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달리기? 대회가 있어??????? 아니 코로나라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아니 하나도 안 궁금하실 수도 있지만, 궁금한 사람이 없다면 슬프겟지만, 그 부분은 시간 늦어서 다음에 씀. ㅅㄱ 그럼 이만 행복하십시오

     

    그때 찍은 사진 있긴 있군요 ㅋㅋ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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