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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6) - 희망을 가슴에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3. 1. 14. 18:48

    마지막 편입니다. 해를 넘길 줄은 몰랐는데 게으름 덕분에 이렇게 됨 ㅋㅋ 간결하게 핵심만 쓸걸 어째서 용의눈물이가 된 것이지 ㅋㅋ 신이시여 이제 만족하시나이까? 아무튼 ㅈㅅ합니다. 202211월에 jtbc 마라톤 10km와 손기정 마라톤 10km를 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2.

     

    서울 달리기에서 10km 50분 언더(비록 18초였지만)를 달성하고 나는 잔뜩 기고만장해졌다. 처음 오프라인 대회를 뛰어서 달리기 뽕도 가득 찼다 ㅋㅋ 나를 두고 뽕따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거의 자만심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였달까..? 자만추 였달까..? 아무튼 엄청났다.

     

    그리고 한 달 정도 뒤인 116일에 jtbc 마라톤이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적지도 않았다. 장딴지와 햄스트링 어깨 등등에 근육통 이 개자식이 남아 있어서 일주일 쉬고 7km 조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 3~4일 정도 조깅과 템포런을 섞어 가면서 훈련했다. 예전 포스팅에 말했듯이, 조깅을 일주일 1회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템포런으로 채워서 템포런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게다가 이때는 템포런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함... 아무튼.

     

    중간에는 인터벌도 두어 번 시도했는데 역시... 그게 스마트 워치가 없으면 힘들었다. 인터벌이란 정해진 페이스를 그대로 수행해야 하고 페이스가 밀리면 안 되는 훈련법인데, 그래서 초보자는 인터벌 하기도 어렵고 해서 딱히 얻을 것도 없는 것 같다. 자신의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페이스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녀석들이 하는 게 좋은 듯. (그래서 나도 인터벌 안 합니다 허접이라서) 스마트 워치로 자신의 페이스를 알아차리는 게 좋고.. 그 뭐야.. 되도록이면 트랙에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사실 이 때에는 페이스 신경 안 쓰고 마구잡이로 함. 뒘질 뻔했다...

     

    이 시기 훈련을 하면서 페이스가 조금 올라왔다고, 좀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까 말했듯이 자만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임. 다음 대회에서 한 49분 안쪽으로 들어올 것을 목표로 뛰었다.

     

    경기 전 루틴은 대충 저번과 비슷하게 했다. 대회 일주일 전에 대회 목표 페이스대로 5km 뛰었는데, 종아리에 남은 대미지가 회복이 안 되어서 danger(단거)였다. 그래서 대회 주에 월화는 쉬고, 수요일 조깅, 금요일 조깅, 토요일 2km 대회 페이스 정도로 페이스 조절해서 대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ㅋㅋ 기달려라 jtbc 기달려라 손석희

     

     

     

    23.

     

    그리고 대망의 jtbc 마라톤 경기 날이 밝았다.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출발하는데, 가는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다섯 시에 일어나서 부리나케(like a 너부리) 벌레헐떡헐떡 왔는데도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6호선 탔더니 핫핑크 대회티를 입은 녀석들이 삼삼오오 지하철에 타기 시작했고, 역에 도착하니까 그곳에서는 서울 레이스에 비해서도 훨씬 큰 핫핑크 웨이브가 생겨 있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에 오면 hp가 깎이는 자식이기 때문에 계속 hp 빠지면서... 어어.. 짐 맡겨야지.. .. 준비운동... 어어.. 화장실.. 하면서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이 핫핑크 웨이브들아 ㅋㅋ

    화장실은 월드컵 경기장 안을 이용할 수는 없었고 바깥의 간이 화장실 느낌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 줄은 매우 길었고 안의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 느낌이라 좀 별로였다.(내 마음속의 별로 X) 근데 나중에 좀 더 사이드로 빠지니까 줄 없는 화장실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중요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다니.. 시간은 금이라고 하였는데 ㅋㅋ 아콩

     

    10kmA, B, C, D 이렇게 네 조가 있었고 나는 세 번째로 출발하는 C조였다. 그런데 장실 다녀오느라 약간 뒤늦게 합류해서 C조에서도 조금 후미로 자리잡았다.. 중간중간 빈틈을 발견할 때마다 나루토 아빠처럼 번개같이 얍샙이마냥 앞으로 비집고 들어갔지만 한계가 있었다.

     

    출발선에 대기하면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 한참을 기다렸다. 태양빛이 앞에 있어서 좀 따가웠음. 그리고 마침내 출발했는데 ㅋㅋ 이것 ㅋㅋ 거의 뛸 수가 없는 것이다 ㅋㅋ 나중에 확인하니까 이때 한 600 페이스 뛴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 살짝 오르막길이 있었는데 ㅋㅋ

     

    (이게 출발 전 대기줄이 아니라 놀랍게도 초반 주로 환경이었습니다. 도저히 뛸 수가 없는 환경이었음 ㅋㅋ

    캡처 출처 : https://youtu.be/f1MNquWoxR8 )

     

    오르막길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야가 보이지 않는가? 박근혜 촛불 이후로 그렇게 사람 많은 것은 처음 본 듯 ㅋㅋ 길의 너비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정어리떼처럼 보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꼐속 정어리처럼 있을 것 같어서 인도에 사람이 없길래 그쪽으로 뛰어 올라가서 달렸다. ㅈㅅ합니다 ㅋㅋ

     

    그리고 나서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었고, 양화대교 쯤 오면서는 나름 부대끼지만 원했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초반 0.5km가 너무 조깅페이스여서 그렇지 그 이후부터 4km 까지는 나름 사람 피해 가면서 목표했던 페이스는 했던 듯. 양화대교 지날 때 기분 너무 좋았다. 태양 슬슬 떠오르는데 빨간색 태양빛 맞으면서 도로 위 점거하고 달리는 게 대회 최고 즐거움인 듯. 민폐 스포츠를 즐겨서 ㅈㅅ합니다 ㅋㅋ 자이언티는 이런 내 맘 알까

     

    문제는 양화대교에서 내려오고 쪼금 뛰고 나서 생겼다. 무슨 샛길로 내려가는데 딱봐도 좁아서 어 이건 ㅋㅋ 좀 아닌 것 같은데 ㅋㅋ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노들로인가 옘병인가를 가면서 주로가 엄청나게 좁아져서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체감상 무슨 1~2차선 같았는데 걷다 뛰다 하면서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이거는 ㅋㅋ 그 코스 설계를 잘못한 것 아닌가...? 게다가 업힐(오르막길)이라서 도로 중간에서 걷는 사람들 있고 ㅋㅋ 소돔과 고모라였다.

     

    2km 그렇게 뛰다 보니 길이 넓어졌다. 여의도 빌딩들 돈 많은 자식들 일하는 곳에서 뛰고 있있으니 사람도 아까보다는 적어지고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앞에서 시간을 한참 허비해버려서 늦음 ㅋㅋ 그렇다고 페이스 순간적으로 확 올릴 수 있는 실력도 아니고. 나중에 나이키 앱에서 5분 페이스 턱걸이라고 알려 줘서 막판에 스퍼트를 해 봤는데, 결국 이렇게 나왔다.

     

     

    내가 나이키 앱으로 측정한 체감상도 그렇고, 다수의 후기를 보면 코스가 200M 정도 길게 나왔다는 것 같다. 근데 만약 200M 짧았어도 어차피 50분 턱걸이였을 것임. 코스가 끝나고 나서도 생수 주는 라인을 뭔가 병목현상 일어나게 만들어서 한참 동안 사람에 섞여서 걸었다. 그래서 결승선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엄청 모여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스퍼트하다가 부딪칠 뻔했다...

     

    jtbc 마라톤 대회를 뛰고는 조금 ㅋㅋ 실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꾸 병목 현상 발생시켜서 성이 나기도 하고 ~ 사람에 부대끼지 않으면서 내 페이스대로 신나게 뛴 순간이 없었던 느낌이고 ~ 손석희 가만 안 둬 ㅋㅋ 상암동의 문명을 기원전으로 돌려버리려다가 참았다. 운좋은 줄 알아라 ㅋㅋ (말 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ㅋㅋ)

     

    근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잔뜩 성난(like a 성시경)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기록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한 것 같다. 꼭 빨리 뛰어야지만 즐거운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렇게 큰 대회에서 사람에게 안 부대찌개가 어렵기도 하고. 사람 많으면 많은 대로 펀러닝 ~ 굿~ 하고 뛰면 되는 건데 50분에 너무 집착해서 괜히 깝싼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사람은 많긴 했지만 자이언티대교(아버지는 섹시드라이버)에서 달린 것도 좋았고 부자 동네 여의도의 빌딩숲을 뛰는 것도 좋았다 ㅋㅋ 교통 통제당한 시민들에게는 ㅈㅅ하지만. 민폐 스포츠를 즐겨서 ㅈㅅ합니다 ㅋㅋ

     

    아마 이때 걍 내 스스로도 나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하남자 특) 기록에 연연했던 것 같다. 달리기 쌉고수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 안달루시아인처럼(안달루시아 어디 있는지 모름) 안달복달 했던 것 아닐지 싶다.

     

     

     

    24.

     

    jtbc 매러싼에서 처절하게 실패하고 매일 밤 베개를 눈물로 적신 나였지만 바로 2주 후에 손기정 마라톤에 나가야 했다. 내 육체를 슈퍼솔져로 개조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어서 대충 컨디션 조절이나 해야 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붕알을 읊는다더니 10km 자꾸 뛰어서 그런가, 한 달 전 서울 달리기 때와는 다르게 종아리 대미지가 금방 사라졌다. 그래서 일요일에 대회 뛰고 수요일에 복귀 조깅 5km를 할 수 있었다. 이때 굉장히 뛰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어이 ㅋㅋ 분했던 거냐고 이몸 ㅋㅋ

     

    그리고 이 시기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갤럭시 와치를 산 것이다. 이 당시 갤럭시 와치 5가 나온 지 좀 지난 시점이었지만 전 세대인 gAlAXy WaTCh 4(BlaCK edITIoN)를 샀다. 이유 : 유럽연합 ㅋㅋ(7만원 정도 쌌음)

     

    원래는 러너들이 환장하는 가민의 제품인 포러너 55를 살까 생각하였지만..? 이자식은 gAlAXy WaTCh 4(BlaCK edITIoN)에 비해서는 당시 한 4~5만원 비쌌고..? 일상생활에 쓰기는 다소 장난감처럼 생겼고..? 그래서 러닝만을 위해서 20만원 넘게 쓸 각오는 없었고..? 그래서 그냥 일상 속에서 차고 다닐 만한 시계면..? 17만원 정도는? 쓸 수 있지 않나...? zz 하는 생각으로 ㅋㅋ 일상 시계지만 스포츠 워치로도 쓸 수 있는 gAlAXy WaTCh 4(BlaCK edITIoN)를 샀다

     

    근데 사실 지금은 좀 후회 중임 ㅋㅋ gAlAXy WaTCh 4(BlaCK edITIoN)가 일상생활 때 좋고 체성분도 해 주고 화면도 더 ㄱㅊ고 어쩌고 하지만 역시 러닝에는 가민이 더 좋지 않나.. 갤워치는 나쁘지는 않지만 체감상 실시간 페이스를 잘 못 잡는 것 같다..(근데 사실 다른 거 안 써 봐서 얘만 이러는 거 아닐 수도 있음) 터치인 게 운동할 때에는 단점이기도 하고.. 가민이 뭔가 옘병 하여튼 어플도 더 낫다고 하고. 근데 또 가민 55 샀어도 평소 못 차고 다녔을 테니 후회했을 수도 있음 ㅋㅋ 뭘해도 후회막시무스 되는 자식이라서 미안합니다

     

    아무튼 뭐가 됐든 러닝 쫌 열심히 하려면 스마트 워치는 진짜 필요한 것 같긴 하다. 심박수 체크를 할 수 있으면 러닝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진다. 나이키 런 클럽이 아니라면 여러 러닝 분석 사이트에다가 자기 러닝 데이터를 넣어서 현재 자기 훈련 강도나, 예상 기록, 적절한 훈련 강도 등등을 알아 볼 수 있다. 러닝에 재미 붙인 다음 심박수 산출 기능 있는 스마트 워치 사면 신세계를 볼 것입니다. 아님 말구용 ㅋㅋ

     

    이것저것 볼 수 있다.

     

    아무튼 스마트 워치로 현재 자신의 페이스를 알 수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지속주(대회 페이스보다 2~30초 정도 느린 페이스로 뛰는 것, 젖산 역치 훈련임.) 훈련도 하고, 어 ㅋㅋ 신기한걸 ~ 인간의 테크놀러지란 ㅋㅋ 하면서 대충대충 훈련하다 보니 2주가 금방 지나갔다.

     

     

     

    25.

     

    손기정 마라톤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려서 느즈막히 6시 반쯤 일어났던 것 같다. 근데 긴장되서인지 5시간도 못 잤다.. 그래도 이 글을 읽어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이겨내고 경기장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돈 아까워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요 ㅋㅋ 잠실 운동장 가 보니 사람이 막 미어터졌다.

     

    이때 통한의 실수가 있었는데 대회 1시간 전에 커피 마신 것임. 본인은 도내 방광 최약을 담당하는 자식인데 호기롭게 수분 + 카페인 + 당분을 먹어 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커피를 마셔 버렸다가 짧은 시간 동안 화장실을 3번이나 가 버렸다 ㅋㅋ 그런데도 뛰는 동안 쬐끔 마려웠다. 좀 긴장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ㅡㅡㅋ 나를 두고 방광에 문제가 있는 방광 문제인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근데 손기정 마라톤은 참여자 수에 비해서 화장실의 규모가 매우 커서(경기장 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음) 안 기다려도 되어서 매우 쾌적했고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메이저 대회만 어쩌고 하지 말고 마이너 대회도 좀 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사람 꽤나 북적거리긴 했습니다.

     

    아 그리고 이 대회 기념품 얘기도 해야겠다. 이 녀석들은 특이하게 기능성 스웨트 셔츠(맨투맨 티셔츠)를 줬다. 러닝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아마 등산용으로 주로 쓰거나 아저씨들이 일상용으로 입을 옷인 것 같다 ㅋㅋ왜 스웨트 셔츠였을까? 얇은 긴팔 기능성 티면 안 됐을까? 하긴 네파에서 그런 건 안 팔겠지. 아무튼 그래서 대회 티셔츠는 일상에서 쓰기도 그렇고 운동 때 쓰기도 좀 그래서 바로 의류 수거함으로 감 ㅋㅋ 옷을 과감하게 버리는 자식이라서 미안합니다 like a 과카몰리

     

    아무튼 W.C를 여러번 갈겨 주는 동안 출발 시간이 다 되었다. 이날 레이스는 경기장을 빠져나간 후 얼마 안 되었는데도 나름 쾌적하게 뛸 수 있었다. 이때 좀 흥분했던 것 같다. 2주 전 jtbc 마라톤의 놀부 변비 러닝을 생각했다가 너무 잘 달릴 수 있는 환경이 오니 형수님 저 흥분데요 상태가 된 것이 아닐지.. 중간중간 신무기 갤럭시 워치를 확인하긴 했는데, 이게 페이스 반영이 조금 느려서 그런지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산 지 얼마 안 돼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모르기도 했고.

     

    이때 고라니처럼 빠르게 뛰는 어떤 중년 여성 러너분이 있었는데(딱 봐도 아이템이라든지 풍기는 느낌이라든지 개잘뛰는 사람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나랑 비슷한 페이스로 뛰고 있어서 이 페이스로 가면 되겠구나 착각해서 그 분 속도에 맞춰서 뛰었다. 하지만 그 여성분은 원래 그 페이스로 뛰는 고라니 선생님이었고 나는 애송이인데 오버페이스를 한 것임 ㅋㅋ 게다가 잠실대교 올라가는 긴 오르막길에도 그 양반을 따라 뛰었는데, 오르막길인데도 페이스 안 늦춰서 개박살났다.. 지금 보니까 당시 무슨 430 페이스로 뛰고 그랬다.

     

    근데 사실 좀 뭐냐 ㅋㅋ 그때는 내가 어쩌면 개잘달리는 사람이 아닐까? 이런 마음도 쬐끔 있었다는 것은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지금 하는 게 오버페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두 번 오프라인 레이스에서 오버페이스를 경험해 본 적도 없었고, 서울 달리기에서는 뛰고 나서도 살짝 여력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jtbc에서는 사람에 밀려 제대로 뛰지도 못했으니.. 뭐냐.. 나는 알고보니 힘숨찐이 아니었을까 ㅋㅋ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결국 애송이 답게 4km 지점 정도에서 엄청나게 지쳤다. 심장과 허파가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터지마할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 방광덕 선생님은 또 차오르기 시작 ㅋㅋ 사람살류 ㅋㅋ 오프라인 대회 꼴랑 세 번이었지만, 아무튼 버츄얼 오프라인 다 합쳐서 10km 뛰면서 처음으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회 전에는 내년에는 하프나 뛰어 볼까? ㅋㅋ 10km는 싱거워 ~ 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하프는 무슨 ㅋㅋ 달리기 개 하기 싫어..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에 왜 뛰었지? 뛰는 건 즐거운 일인가? 이런 생각까지 했지만 여기서 배추(포기를 세는 말)했다가는 내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상처 입은 나를 물어 뜯을 생각밖에 없는 트위터 하이에나들(0) 때문에 참고 뛸 수밖에 없었다..

     

    잠실대교 위에서 엄청난 경치를 즐기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조깅 페이스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뛰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시간을 가졌다나는 왜 흥분했지..? 어이 ㅋㅋ 이렇게 오버페이스를 했다가는 스마트워치를 산 의미가 없잖냐 ㅋㅋ 나는.. 그래.. 허접이었군나는 왜 헛된 시간을.. 내 이름을 말해봐..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아는 남자지 ㅋㅋ 옆에는 막 포기(give up)해서 걸어가는 사람들 있고.. 나도 편해지고 싶고.. 러너 자식들 막 자꾸 양옆에서 나를 추월해가고 ㅋㅋ 마치 내가 개추월크레용이라도 된 것처럼.. 그러다 보니 잠실대교 끝부분에서 반환점 돌고.. 5~6km 구간에서는 페이스가 떨어져서 506 페이스까지 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어? 지금 나 뛸 힘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도 폐도 더 이상 터지마할이 아니었다. 마치 두 개의 허파를 가진 사내 마냥.. 잠실대교 구간이 거의 끝날 무렵 슬슬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까 내 심장과 폐를 개박살낸 업힐이, 반환점 돌고 오니 신나는 다운힐이 되어 있다. 힘을 안 들이고 신나게 뛰었다. 물론 보폭은 그다지 넓히지 않았습니다. 다운힐에서 보폭 넓혔다가는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숨이 그다지 차지 않았다. 드래곤볼에서 웃장까고 중량조끼 벗는 느낌이라 신이 났다. 마치 경솔국치처럼.. 경솔하게 뛰어서 개처럼 힘들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서일까? 2km만 참고 뛰었더니 회복된 것이다. 그때 너무 힘들다고 배추해 버렸다면 그런 기분은 못 느꼈을 것이다. 개같이 기분 좋아 하면서 막 스퍼트를 함. 중간에 떨어진 페이스를 만회하기 위해서 440~450의 속도로 뛰다 보니 잠실 운동장이 보였다. 엄청나게 뛰었다. 그리고 이것은 결과이다.

     

     

    이렇게 좋은 기록(내 기준)이 나올 줄은 몰랐다. 오버페이스하지 않았으면 더 좋게 나왔을지도? 아니면 오히려 오버페이스해서 더 잘 나왔을지도 모름 ㅋㅋ 처버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아무튼 매우 다이나믹한 레이스였다. 초반에는 개흥분해서 오버페이스하고, 중반까지 개처럼 후회하며 절망하고, 후반부에 부활해서 다시 흥분해서 뛰고. 분명 레이스 중반까지는 하프..? 그런 걸 왜...? 달리기.. 왜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26.

     

    그렇게 내 2022 달리기 대회는 끝났다. 하지만 내 달리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요즘도 러닝~~~굿 ~~~ 님들도 합시다~~~ ㅋㅋ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ㅋㅋ 서프라이즈 ~ zz 신스플린트가 재발하였습니다. ㅋㅋ ㅈㅅ

     

    손기정 달리기 때 내가 너무 허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두 번 다시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나머지 너무 급하게 마일리지 올려서 LSD 15km 16km 이렇게 하다가.. 정강이 통증이 생겼다. 그리고 좀 쉬다 보니 다 나은 줄 알고 복귀 러닝했다가 다시 재발해서 쉬는 중이다. 너무 아쉽다. 인간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ㅋㅋ

     

    요즘 한 달 정도 러닝을 제대로 못했더니 무릎도 조금 쑤시는 것 같고 아쉽다. 그래도 귀찮아 하며 숙제하듯이 러닝하던 때에 비하면 러닝을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 건 장족의 발전이다. 벌써 내년 3월에 열리는 동마(서울 국제 마라톤) 10km에 등록해 놨다. 하프 있으면 하고 싶었는데 하프가 없어서 10km .. 내년에는 하프에 한 번 나가 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데 지금 뛰지를 못하니.. 내 인생은 끝났습니다 ㅋㅋ (말 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ㅋㅋ)

     

     

     

    27.

     

    마무리하자. 이렇게 나는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자식이 되었다.

     

    달리기는 왜 좋은 취미일까? 거창하게 보자면 막 이런 얘기도 있다. 달리기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 운동이다. 인간은 잘 달리는 동물이다. 인간은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강한 힘도 없고 빠르지도 않지만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동물들을 오래 추적해서 지치게 한 다음 잡아먹었다. 그래서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 우리는 더 잘 달리도록 진화했고, 달리면 행복해진다. 달리는 것은 가장 인간다운 행동이다.

     

    달리면 행복해지는 호르몬이 만들어지고, 건강해지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저런 효과들이 있다. 무엇보다 km당 체중 정도의 칼로리가 빠지기 때문에, 입문 단계를 벗어나면 체중 조절에 무지막지한 효과를 갖는다. 10km 뛰면 체중*10을 먹을 수 있다. 하루 1800칼로리 먹을 수 있는 것과 2500 칼로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다. 사실 나는 이제 다이어트하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달리기를 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나도 체감하는 점들이지만, 좀 더 남들이 안 하는 얘기를 해 보겠다. 달리기는 도전의 성취감을 얻기에 가장 쉬운 운동 중 하나이다. 헬스를 하고 몸을 키워서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보다, 같이 운동을 해서 어디 대회를 나가는 것보다 달리기 대회에 나가는 건 훨씬 문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초보는 누구한테 배울 필요도 딱히 없고, 일단 두 신발만 있으면 뛸 수 있다. 꼭 대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5km 뛰기 성공하기, 10km 뛰기 성공하기 등 목표를 만들기도 쉽고 금방금방 늘기 때문에 성취하기도 쉽다.

     

    그냥 뛰는 것 같지만, 단조로워 보이는 여러 스포츠와 같이 달리기 또한 파고 들어가다 보면 굉장히 심오한 세계를 마주친다. 주법, 달리는 속도, 착지 방법, 훈련 설계 등등을 조정하며 최적의 훈련법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워치를 사용한다면 꼭 야구 기록 보듯이 자신의 기록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 대회에서 어떻게 뛸지 전략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수행하며 내가 꼭 올림픽 나가는 운동선수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runalyze.com 에서 분석한 어쩌고임. 근데 이 자식들은 너무 나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서...

    이 녀석들의 콧대를 보기 좋게 눌러 주기 위해 나를 채찍질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게임에서 원하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잘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고. 거창하게 도전하고. 성취하고. 거창한 장비 없이(근데 하다 보면 점점 거창한 장비를 찾게 되기는 함 ㅋㅋ ㅈㅅ) 신발과 두 다리로 계속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러닝은 어느 정도 뛸 수 있게 되면 많은 야외 스포츠들이 그렇듯이 탐험하는 기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뛰어 봐야지. 오늘은 저 코스로 뛰어 봐야지 등등. 10km를 뛸 수 있는 정도까지는 금방 느는데, 10km면 꽤 길기 때문에 마치 대항해시대에서 신대륙 갈까 아프리카 갈까 고민하는 것 마냥 뛸 수 있다.. 아님말구 ㅋㅋ

     

    아무튼 달리기는 이처럼 내 삶에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달리기라는 자식은 에일리처럼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여 주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내 삶의 일부로 스며들었다. 그렇다고 쌉고수가 된 것은 아니지만 꼭 쌉고수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다. 누구라도 즐길 수 있다.

     

    애초에 이렇게 길어질 글이 아니었는데 6편까지 대하드라마 쌉소리를 읽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님들도 관절이 상할 정도로 체중이 과하지 않다면 천천히 뛰어 보는 건 어떨까? 초보는 그 뭐냐.. 런데이 앱 깔고 안내 목소리 따라 뛰면 좋다고 한다... 일단 함 해 보셈. 님들도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이 될 수 있습니다 ㅋㅋ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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