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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1) - 어쩌다가 달리기를 찍먹하게 되었는가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2. 10. 14. 00:09

    0.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내가 달리기를 막 엄청 좋아하고 잘 달리고 이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으로서 이 정도는 써 볼 수 있지 않을까?비싼 돈 주고 올해만 오프라인 대회 세 개 나가서 셀프 고문을 할 사람이고, 개 비싼 러닝화를 두 개 사 갖고(근데 사실 두 개는 많은 것도 아님 ㅋㅋ ㅈㅅ) 용도에 따라 신으면 되지~ zz 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어쩌다가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자식이 되었을까? 돌아보면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삼투압 현상으로 기름을 빨아들이는 키친타올처럼. 그 얘기를 하고자 한다. 어떻게 달리기라는 게 내 삶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게 되었는가. 왜 나는 달리는가.

     

     

     

    1.

     

    나는 운동 신경이 그다지 막 좋은 편은 아닌데, 오래 달리기는 원래 잘하는 편이긴 했다. 학생 때 1.5km나 군대 때 3km를 뛰면 대충 쉬지 않고 뛸 수는 있었던 것 같다. 반에서 2~4등 정도?는 했었던 것 같다. 나름 달리기를 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범주에 있는 거였지, 취미로 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왜 굳이 사서 고통을 받을까? 안 그래도 삶은 고통과 눈물의 가시밭길인데? 달리기 하면 생각나는 것은 킵초게 같은 사람이었다. 킵초게.. .. 물론 깬지 나고 멋진 몸이지만.. 막 단거리 선수나 축구 선수나 농구 선수들 몸을 생각해 보면.. .. 뭐고 ㅋㅋ 있잖노 ㅋㅋ 그 뭐 ㅋㅋ 여기까지만 합시다 ; 아무튼 내게 달리기의 이미지란 별로 멋진 이미지가 아니었다.

     

     

     

    2.

     

    그러던 내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을까? 2015년 정도였다. 그때는 내가 대학교에서 수료 상태로 학교를 다니던 시기였다. 알바를 하던 시기라서 운동에 많은 돈을 들이기엔 어려웠고, 대충 집에서 케틀벨 스윙이나 버피 정도 하고 학교 철벙에서 턱걸이나 대충 했었다. 가끔 퇴근길에 스프린트 정도나 한계까지 세 번 정도 했다. 그것도 러닝화도 아니고 그냥 컨버스 신고. 젊음이란..

     

    그러던 어느 날 즐겨 보던 블로그에서 달리기에 대한 포스팅을 봤다. 달리기..? 그러고 보니 달리기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산만한 성격이라 운동은 짧고 굵게 효율적으로 하자는 게 내 운동 방침이기도 했다. 그런데 달리기...?

     

    러닝화에 대한 포스팅을 보자 뭔가 안정화, 쿠션화, 제어화 등등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뭘 사야 하지? 포스팅을 보면 동양인은 보통 뛰는 습관이 내전이고, 내전이면 발목을 잡아주는 안정화가 좋다고 한다.

     

    내가 이렇다. 뭔가 몸으로 시작하고 정보를 얻어 수정하는 게 아니라 뭔가의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나야지 흥미가 생겨 몸으로 실행해 보려고 한다. 보통은 반대여야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빠르게 시행착오를 수정해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갈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러닝의 세계도 심오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별 해보지도 않은 러닝에 매력을 느꼈다. 나도 내 흥미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아무튼 슬슬 새 운동이 해 보고 싶기도 했고, 러닝화 하나만 갖추면 돈 안 들여도 되는 운동이니 시작했다. 마침 당시 내가 살던 곳은 대림동. 도림천이 걸어서 15분이었다. 정비된 하천 변은 뛰기 정말 좋은 환경이다. 서울은 심지어 하천 변에 다들 트랙도 잘 깔아 놨다. 제자리를 뺑글뺑글 도는 것보다 심심하지도 않고, 새로운 환경이 계속 생겨나고.

     

    러닝화는 아식스 GT-1000이라는 안정화를 샀다. 보통 아식스의 안정화라고 하면 젤 카야노가 엄청 유명하지만, 당시 10만원 넘는 돈을 쓸 여력은 내게 없었다. 그때에는 타이밍 잘 잡으면 7~8만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당시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안정화 라인 중에서 비교적 가장 쌌던, 4~5만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 GT-1000을 샀다. 그리고 러닝화는 딱 맞춰서 신는 거라는 얘기에 따라서, 정말 딱 맞는 걸로 샀다. 내 발은 저주받은 옐로우 몽키의 족형을 갖고 있어서 발볼이 좁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등은 살 수가 없었다...

     

     

    이게 GT-1000입니다. 리털이 있어서 데코로 가림 ㅋㅋ ㅈㅅ 보다시피 1호선에서 피크 꽂은 백팩매고 도봉산 가는 아저씨가 신고 있을 만한 디자인이었는데, 러닝화는 디자인 보고 사는 거 아니라고 했다. 힐컵, 그러니까 뒤꿈치를 지지하는 부분이 단단했던 것 같다는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니 뛸 때 내 발이 안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한다는 느낌이 나서 신기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안정화라 그런지, 러닝화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가볍다는 느낌은 나지 않았고. 당시 아식스는 정신 못 차릴 때라.. 아닌가..? 잘 나가던 시기였나..? 아무튼 젤에 집착하느라 가벼우면서도 쿠션이 좋은 신발을 내지는 못했던 시절이다.

     

     

     

    3.

     

    그래서 첫 달리기는 어땠느냐? 맨 첫날에는 1.5km 정도 뛰었다. 숨이 차긴 했는데 엄청나게 힘들지는 않았다. 버피랑 케틀벨 스윙 등등으로 쌓아 둔 심폐 지구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로얄 H. 버피 이 개자식 보고 있냐..? 어이.. 네 녀석이 옳았다고..

     

    그렇게 1.5km로 시작했다가 3km, 4km 등등 점점 늘려 갔고, 템포런은 5km, LSD 런은 8km 정도 뛰었던 것 같다. 너무 잘 늘어서 당황했었다. 아니 보통 다른 운동을 하다 보면 쪼금만 해도 정체기가 오고는 하는데, 이건 뭐 한도 끝도 없이 느는 게 아닌가? 심지어 내가 체계적으로도 안 하고 그다지 열심히도 안 했음에도. 장거리 달리기가 꾸준히 느는 걸로는 운동 중에 최고가 아닐지...? 아님 말고 ㅋㅋ ㅈㅅ

     

    그러다 결국 나중에는 정체기 오긴 했지만.. 그건 열심히 안 했기에 당연하기도 했다. 아무튼 많으면 주 3회 정도 했는데, 나중 가면 그 정도의 열정은 없었으므로 한 주1회 정도 하면 잘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여기서 잠깐. 템포런? LSD ? 뭔가 말이 어렵지만 뛰는 방식이다. 템포런은 처음과 끝 20%는 천천히 달리고, 중간 60%는 빠르게 달리는 훈련 방법이다. LSD 런은 45~1시간 정도 천천히 오래 달리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인터벌 달리기가 있다. 자세한 건 수피 블로그의 이 글 보면 됨. https://blog.naver.com/kiltie999/220670384810

     

    템포런은 제대로 실시했을 때 달리기에 필요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늘릴 수 있어서 기본이 되는 운동이라고 한다. LSD 런은 사실 숨도 덜 차고 좀 만만해서 선호했는데, 에너지 효율성을 늘려 주고.. 오래 뛰는 연습도 되고.. 체지방 연소도 좋고 뭐 그렇다고 한다. 보통 일주일에 여러 번 뛰면 하루 정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하는 달리기라고 함.

     

     

    근데 위의 기록을 봐도 알겠지만, 나는 말이 좋아서 템포런이지 보통 1키로 천천히 뛰고 그다음 1키로를 쫌 빨리 뛰다가 다시 쭉 천천히 뛰는 식으로 뛰었다. 그건 당시 내가 러닝앱에 대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스포츠 트래커라는 앱을 썼다. 아마 그때도 다들 나이키러닝앱 잘들 쓰고 다녔을 텐데 아마 홍머병 때문에 저거 썼을 것임. 그때 귀를 통해 현재의 거리나 페이스를 안내받는 기능을 쓰지 않았다. 앱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안 썼다.

     

    귀로 지금이 몇 킬로다, 어떻게 뛰고 있다는 걸 대충 알고 있으면 여유 있게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는데, 그 안내 기능을 듣지 않으니 다음 지도를 통해 다리 같은 랜드마크를 기점으로 경로가 몇 km 정도인지 대강 파악한 다음 뛰었다. 귀로 알려주면 지금 고속 구간 돌입 후 1km 정도 뛰었으니 2km 정도만 이 속도로 뛰면 되겠군.. 이게 되는데 대동여지도 만든 김정호처럼 지도로 미리 경로 확인해서 뛰다 보니 거리 계산도 부정확하고, 현재 몇 km 지점인지도 모르고, 조급해지고, 막막해지고, 페이스 조절도 잘 안 되고 그래서 템포런이 제대로 수행이 안 됐다.

     

    그래서 나중에는 템포런이고 옘병 나발이고 하여튼 신경 안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천천히 오래 뛰는 LSD 런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마침 열정도 식기도 했고.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언제까지 했나? 토요일 날 길게 뛴 다음, 박근혜 하야 집회에 참석해서 오래 걸었더니까 내 장딴지가 나에게 하야 집회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한 2016년까지는 한 것임.

     

    그래도 이거 보면 나름 LSD 런 할 때에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4.

     

    그러다가 왜 달리기를 잠깐 멈췄을까? 멈췄다는 말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 그 시기 취직하고, 나름 운동에 투자할 만한 경제력이 되었고 나는 피트니스 센터를 정기적으로 다니는 녀석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야외 달리기를 그만둔 건 아니지만,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달리기를 할 수 있고, 웨이트도 할 수 있고, 뭐 이것저것 할 수 있다. 회사 근처 피트니스 센터라서 아주 동선도 편했다. 야외 댈리기 하러 가려면 15분 동안 소돔과 고모라 같은 시장을 헤쳐 가야 한다... 대림동의 시장이 ㅋㅋ 어떤지 아십니까? ㅋㅋ 그곳에서는 일단 난닝구 입고 배를 까지 않으면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취급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야외 달리기는 잊혀졌다. 대신 러닝 머신이라고들 말하는 트레드밀 달리기를 자주 했다. 트레드밀은 심심하지 않게 TV 보면서 할 수 있고, 속도도 조절할 수 있고.. 아까 말했듯이 나는 당시 거의 러닝에 대해서는 디지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서 속도를 아예 정해서 조절해 주는 트레드밀 달리기가 템포런하기가 편했다.

     

    트레드밀 런과 야외 달리기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트레드밀 달리기가 이상하게 더 어려웠다. 트레드밀 달리기를 처음 했을 때에는 2.5km로 템포런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LSD 런만 너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야외 달리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인데, 트레드밀 달리기는 제자리에서 견디는 느낌이라 좀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트레드밀 달리기도 계속 하니까 늘었다. 처음에는 앞의 0.5km 구간은 8km/h 속도로, 중간 1.5km 구간은 10km/h 속도로, 마지막 0.5km 구간은 8km/h 속도로 했는데 점점 하다 보니 앞 1km9km/h, 중간 3km11km/h, 마지막 1km9km/h 정도 했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별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충 생존을 위해 댈리기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아직까지는 뭐 대회고 나발이고 그냥 곁다리 찍먹하는 수준인 것이다. 이러던 내가 어쩌다가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이 되어 버린 걸까? 그건 다음 시간에 말하기로 함 ㅋㅋ 자야 됨 그럼 이만 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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