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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4) - 어쩌다가 런태기를 극복하였는가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2. 12. 13. 00:31



    14.

    2021년의 결산을 해 보자. 한 해 동안 209km를 뛰었다. 209km면 많은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씩 따져보자. 4월부터 시작했으니 월당 23km 정도 뛴 셈이다. 가장 많이 뛴 달은 9월으로 35km를 뛰었다. 보통 한 번 뛸 때 5km 정도를 뛰었으니 한 달 7일인 셈이다. 다시 말해 가장 자주 뛰었을 때에도 한 주당 2번도 안 뛴 셈이다.

    보통 본격적인 초보 러너라면 ‘하뛰하쉬’로 뛰는 일이 많다. 하뛰하쉬란 하뛰하쉬란 하루 뛰고 하루 쉰다는 뜻이다. 칼같이 지킨다면 주 3~4회를 번갈아 가면서 뛰게 되지만, 주 3회를 잡아 루틴화 시키는 방식으로도 실천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자주 뛰지 못했을까. 잘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달리기가 재밌다고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잘한 건 버츄얼 러닝 대회인지 옘병 버츄얼 파이터인지 돈을 내 가면서 10km 레이스를 자꾸 달렸던 것이다. 목표가 있고 이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나마 209km를 뛸 수 있었고, 실력의 향상도 조금이지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평소에 충분히 달리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10km 레이스를 뛰는 것을 반복하는 일이 괜찮을 리 없었다. 인생사 기본 쌓지 않고 깝싸다 보면 망하기 마련입니다. 손웅정 선생님이 기본기본 하셨잖아요? 결국은 탈이 나고 말았다. 전화하는 손웅정 옆에서 슬퍼하는 손흥민처럼...


    15.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건 맨 처음 뛰었던 버츄얼 대회, 그러니까 10월 2일 마이런 이었다. 이전 게시물을 봤다면 이때 10km 기록주를 2주 연속으로 뛰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쓰지는 않았지만 레이스 후반에 아킬레스건 쪽에 통증이 있었다.

    근데 여기보다 좀 더 윗부분이 뻐근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래 . 뛰보면다 보면 장딴지 근육과 발에 자연스러운 근육통이 오고, 그런 근육통들은 조금만 쉬면 대충 회복되니까. 했다. 폭풍 한번 지나가는 거고 이 아픔을 딛고 더 강해지는가박성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이런을 뛰고 난 정확히 일주일 뒤, 복귀 러닝을 하다가 아킬레스건 쪽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 뭐 엄청 심각해서 뛰지 못한다거나.. 뒘질 것 같다거나.. 그런 부상은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이건 평범한 근육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며불며 집에 와서 (실제로는 안 울었습니다 ㅋㅋ 믿어 주십시오) 검색해 보니 아킬레스건염이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사실 jtbc 마라톤 전에 별로 안 뛴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님들이 얼마나 나를 업신여겼습니까? 별로 뛰지도 않았다고? 사실 업신여긴 자식들이 없기는 했지만 ㅋㅋ 죄송합니다

    그리고 조금 쉬다 보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저번에 말했듯이 jtbc 마라톤 10K를 뛰었던 것이다. 사실 이때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킬레스건 쪽에 아주 경미한 통증만이 느껴졌을 뿐. 그러나 근육이 없는.. 그 뭐냐.. 건.. 인대 이런 곳의 통증은 좀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이거는 쬐끔 마이 미스테이크였달까? ^^

    그리고 11월 28일에는 또 10km 기록주를 뛰었다. 저번 글을 쓸 때에는 잊고 있었는데, 그때 아마 서울마라톤이라는 걸 했을 것이다. 돈은 안 내고 그냥 날짜에 맞춰서 달리기를 함.. 기억에서 사라질 만한 게, 기록을 보니 그달 초에 했던 jtbc 10K와 대동소이하지만 약간 떨어지는 기록이 나왔다. 슬슬 밑천이 드러난 것이다. 많은 훈련 거리로 기초를 쌓지 않은 채 계속 10km 기록 측정이나 하고 있었더니 발전이 없었던 것.

    아무튼 이때 레이스 중반부가 되니 아킬레스건 통증이 또 느껴졌다. 슬슬 위기감이 들었다. 만성이 되는 것 아닐까? 이러니까 또 뛰기 싫어진다. 안그래도 날도 추운데... 뛰면 자꾸 쉬다 오다가도 아킬레스건만 아프고... 그건 물론 부상 복귀하고 나서 대충 슬슬 뛰면서 아킬레스건이를 달래 주는 것이 아니라 10km 기록주를 갈겼기 때문이지만...


    16.

    그리고 나서 나는 그냥 쉬었다. 뭐가 향상되는 느낌도 없고, 부상은 자꾸 올락말락하고, 뛰는 게 즐겁지도 않고, 자꾸 빡런만 하다 보니까 뭔가 허무하고. 21년 12월에는 7km, 22년 1월에는 6km, 2월 12km, 3월 5km 뛰었다. 당시 직장에서 2월부터 3월까지 엄청 바쁘기도 했다. 애초에 시작했을 때의 달리기에 대한 허영심도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ㅜㅜ


    그러던 와중에 잘했던 건 4월 16일에 열리는 서울 마라톤 버츄얼 러닝을 등록해 놓은 것이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순간 대회날이 촉박하게 남아 있었다. 부랴부랴 대충 준비했는데 역시 몸이 잘 안 만들어져 있었고, 그냥 60분 안쪽만 뛰자고 생각했다.


    결과는 55분 31초. 크게 힘들지는 않아서 더 빨리 뛸 여력이 있었는데, 괜히 무리하지 않았다. 4개월을 거의 쉬다시피 했고 한 2주 바짝 뛰기 시작한 거니까, 속도를 냈다가 또 아킬레스거니 선생님 올라오고 그럼 어캄 ; 어차피 빨리 뛰려고 해 봤자 기록도 별로 안 나왔을 것이다.

    그다음 5월 21일에는 서울신문 마라톤이 있었다. 이번에도 10K로.. 돈은 안 냈지만 맞춰서 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이 시기, 야외 마스크 제한이 풀리면서 달리기가 한결 원활해진다. 달리기에 복귀한 이후에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했었는데, 마스크 없이 공기를 마시며 하는 달리기는 과연 달랐다. 세계와 호흡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마스크 없이 호흡하면서 뛰는 이 느낌의 소중함을 지금은 다시 잊어버림 ㅋㅋ ㅈㅅ

    아무튼 달리기의 즐거움을 다시 조금씩은 느끼면서 이전보다는 자주 뛰었다. 4월, 5월 모두 레이스 데이까지 합쳐서 한 40km 언저리를 뛰었다. 뭐 대단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당시 나에게는 열심히 해야 나올 수 있는 거리였다. 런태기(러닝+권태기)에는 한 달에 한 번 뛰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에, 주 2회 정도 뛰는 것도 장족의 발전이었던 것이다.

    레이스 끝나고 허무함에 찍은 사진. 경치 굳 ~


    그리고 서울신문 마라톤 10km의 기록은 없다. 이때 한창 나이키 런 클럽 앱이 불안정했는데, 결국 내 기록을 지워버렸다.. 이 미친놈들아 앱 좀 잘 만드셈 ㅋㅋ 이때 나이키 런 클럽을 시작하면 무조건 로그아웃되어 있어서 다시 로그인을 해야 했고, 로그인 하면 약관 수정되었다고 하고, 그거 동의 누르고 다시 로그인하라고 하고, 무한로딩하다가 껐다 다시 켜면 또 로그인하라고 하고, 로그인하면 약관 수정되었다고 동의해달라고 하고.. 어떻게 어떻게 힘들게 로그인이 되어도 뛰다 자기 혼자 꺼져버리고 ㅋㅋ 뭐 앱을 이딴식으로 만드셨지? 수준의 앱이었다. 나는 요즘에는 이 앱이 잘 되기는 하는데, 문제가 남아 있는지 럽 플레이스토어 들어가면 욕밖에 없음 ㅋㅋ 잘좀하셈

    아무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때 5분 20초 정도 페이스였던 것 같다. 놀랍게도 마스크를 벗고 잰 첫 10km 기록주였는데 작년 11월에 비해서도 살짝 기록이 딸렸던 것이다. 이렇게 된 건 페이스 조절 실패가 컸다. 처음에 막 450 정도 페이스로 뛰다가 개박살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냐 ㅋㅋ 그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러닝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몸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늘고 아니면 늘지 않는다. 내가 반짝 나름 4~5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아직 예전의 기록을 깰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뭔가 이 이후 정신을 좀 차린 것 같다. 날이 따뜻해져서도 있고, 노마스크 러닝이 즐거웠고, 이대로 정체되기는 싫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 외에도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10월 9일에 있었던 서울레이스라는 오프라인 대회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17.

    오프라인 달리기 대회. 내겐 처음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버츄얼 대회인지 나발인지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하다가, 코로나가 대충 잦아들면서 오프라인 대회에 처음 나가게 된 것이다.

    훈련량도 대폭 늘렸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아침에 뛰고 아니면 말고 ~ zz 였는데, 보통 나는 아침에 못 일어나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뛰지를 못했다. 그런데 7월이 오고 저녁런에 재미를 느끼면서, 7월에는 훈련량이 60km에 달했다. 7~8월에는 주 4회 달리기를 하는 주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여름 저녁런은 대단한 녀석이다. 햇빛도 없고, 날씨도 비교적 선선하고, 뛰니까 공기도 시원하고, 대충 빨개벗고 뛰어도 되고... (진짜 빨개벗은 건 아니고 민소매 정도 입었다는 것입니다 ㅋㅋ sry) 온몸으로 스프링클러처럼 땀 시원하게 갈기고 나서 쌰워 1번 조지고 나면 내가 마치 조지나 로드리게스(이름은 아는데 누군지는 잘 모름)라도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비라도 온다? ~~~~~~ 시원 굿~~~ 못참지 ㅋㅋ 내가 이런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많던데 그때 술 좋아하는 양반들 심정 조금 이해하였습니다 ㅋㅋ ㅈㅅ

    시원 굿~


    이 당시 내 러닝 스케쥴은 대충 이랬다. 주 1~2회 템포런(5km 지속주), 주 1회 반복 스프린트, 주 1회 LSD. 복습하자면 템포런은 빠르게 앞뒤 40% 정도는 조깅하고, 중간 60%는 빨리 뛰는 거였다. 반복 스프린트는 사실 장거리 달리기에는 별 의미가 없는 훈련이라고 알고 있는데, 내가 그냥 좋아하는 운동이라 했었다. 100m나 50m 정도를 전력질주하는 운동인데 궁뎅이도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말 그대로 전력으로 질주하는 느낌이 좋아서 좋아한다. LSD는 긴 거리를 조깅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 일정에는 함정이 있다. 그건 조금 있다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이때 종종 스프린트를 한 다음 휴식일 없이 다음날에 템포런을 하는 등.. 그러다 보니 조금씩 발목에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살짝 뻐근한 듯한 통증이었는데 별 대단한 통증은 아니었다. 이때에도 역시 나답게 뭐 그래도 별 거 아니겠지?^^ 하고 계속 뛰었다.. 지금 쓰면서 깨달은 건데, 이렇게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되는 건가 싶다. 아킬레스건염 왔을 때의 내 반응이랑 완전 똑같은 걸 ㅋㅋ 인간이 뭔가 대가를 치르면 배우는 것도 있고 실패에서 나아지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ㅋㅋ 대박이군요.

    문제는 8월 21일에 발생했다. 일요일 밤이었고, 주말을 정리하는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그시기에는 뛸 때마다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들으며 뛰곤 했는데, 이 날은 어쩐지 달리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뛰다 보니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가 나왔다. 그런데 이 개놈자식 너무 노래가 좋은 거 아닌가. 노래 분위기가 너무 청량하고. 가사도 좋다. 내게도 마지막!!!호흡이주어지겠지!!!!!!!!!!!!매러쏜이끝나면끈이끊어지듯이!!!!!!!!!!!!!!! 아직도 러닝할 때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추천합니다. 이날 원래는 6km만 뛰려고 했는데 결국 8km까지 뛰었다. 그나마 더 뛰려다가 요즘 컨디션 안 좋은 걸 감안해서 참은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Ly685-iKZI


    그게 가뜩이나 예민한 정강이를 자극시켰던 것 같다. 원래라면 10km를 51~2분 언저리에 뛸 수 있으면 8km 정도 조깅한다고 해서 뭐 그닥 대미지가 심하게 갈 만한 건 아니긴 하지만, 이때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월요일 하루 쉬고, 화요일에 반복 스프린트를 뛰다가 어..? 좀 이상한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정강이가 조금 아프더라도 대충 다음에 뛸 때에는 가라앉았었는데 이날은 가라앉지 않았다. 아리까리했지만 계속 뛰었다. 이때에는 뛰는 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하지만 목요일 템포런을 하면서 깨달았다. 아, 이건 쉬어야 하는구나. 그래도 이때 멈춘 게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더 뛰었다가는 몇 달을 더 쉬었을 수도 있으니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정강이 통증은 러너들 사이에서 꽤 흔한 부상이었다. 바로 신스플린트. 흔히들 신스프린트라고 불리는 이 부상은 정강이뼈와 뼈에 근육을 붙이는 결합 조직에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발생한다고 한다.

    왜 왔을까. 일단 신나서 훈련을 늘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많이 늘리지도 않았는데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애송이인 탓이지 누구를 욕하겠는가. 그리고 훈련 설계의 문제가 있었다.


    18.

    달리기의 종류에는 여러 개가 있다. 예전에 설명한 바 있지. 템포런, 인터벌, LSD. 그런데 이건 제일 중요한 하나를 빼먹은 설명이다. 바로 조깅이다. 조깅은 최대 심박수의 70% 이하 정도로 천천히 뛰는 러닝이다. 사람마다 운동에 따른 심박수 증가량이 다르기 때문에 조깅의 속도도 각자 다 다른데, 내 최대 속도가 킵초게에게는 조깅 속도일 수도 있다. 나는 6분대 초반 정도로 조깅하는 듯하다. 운동 처음 시작하고 한 10K 60분 안쪽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실 조깅이랑 그냥 달리기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달리기 훈련의 기본은 조깅이 되어야 한다. 왜냐? 몸에 대미지를 적게 주면서, 오래 수행할 수 있는 러닝이기 때문이다. 조깅은 발목과 종아리 근육의 지구력을 향상시키고, 러닝 효율성을 향상시켜 준다. 즉, 달리기 좋은 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매일 인터벌이니 템포런을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축복받은 신체가 아닌 이상 부상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 4~5회 운동한다고 할 때, 아직 10km 50분도 뚫지 못한 이 시점의 나 같은 초보라면 템포런 등 포인트가 될 훈련은 주 1회 정도만 수행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템포런과 인터벌은 왜 해 주는 걸까? 잘 달리기 위해서는 몇 개의 능력이 필요하다. 예전 편에 썼던 것 같은데, 심폐 능력 중에는 최대산소섭취량(VO2max)과 젖산역치(LT), 러닝 이코노미 등이 있다. 러닝 이코노미는 뭔가 애매하고.. 확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다만 아까 얘기했듯이 조깅을 자주 해 주고, 러닝 마일리지를 쌓으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면 VO2max와 LT가 남는다. 5km 같은 단거리일수록 VO2max의 영향이 크고, 거리가 길어질수록 젖산역치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한다. 인터벌은 VO2max를 늘리는 훈련이고, 템포런 등 지속주는 LT를 높여 주는 훈련이다. 보통 10km 40분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인터벌은 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템포런을 해 주면 된다..

    그런데 이때 나는 템포런을 조깅처럼 훈련의 중심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탈이 나지. 게다가 나는 템포런을 할 때 최대한 빠른 속도로 했는데, LT 훈련은 10km 기록에 비해 2~30초 정도 느린 페이스로 수행하는 거였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https://blog.naver.com/kiltie999/221020293144 (수피 블로그 - 달리기, 기초 체력 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과
    이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unningcrew&no=7959 (달리기 갤러리 - [훈련법] 달리기 훈련 방법 : 입문자 부터 10k 39분대 까지)
    을 참고하면 된다.

    조깅은 러닝의 동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자꾸 빡런만 매일 하니까 그렇게 뛰기 싫었던 것이다. 천천히~ 굿~ 하면서 음악 즐기면서 뛰는 시간이 많아져야 가끔 포인트 훈련이 있어도 ㅋㅋ 뒤졌다 오늘 ㅋㅋ 보여 주마 하면서 열심히 뛰는 게 바람직한데, 대부분 빡런이고 하루 정도만 LSD 명목으로 조깅했으니(그나마 거리도 너무 짧음) 자꾸 뛰기도 싫어지고 지쳤던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나의 전철을 밟지 말고 조깅 중심으로 러닝을 즐기면서 실력을 늘리시기 바랍니다. 나는 조깅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7월과 8월, 나름대로 열심히 하긴 했던 듯 ㅋㅋ ㄲㅂ요 ;



    19.

    아무튼 그렇게 한 달을 쉬었다. 솔직히 한 달까지 쉴 것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뭔가 무서워서 쉬었다. 30대가 되고 나니 일단 몸부터 사리게 된다. 그래도 빨리 쉴 순간을 정하고, 확실히 쉬어 준 건 정말 잘했다. 한 주 안 쉬려다가 세 달 날릴 수 있는 게 부상이니까. 문제는, 부상에서 복귀하고 나니 10월 9일에 있는 서울레이스가 겨우 2주 반 남았다는 것이다. 어캄 ㅋㅋ 내 첫 번째 오프라인 대회인데.

    급하게 막 훈련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식스 매직 스피드를 샀다. 이 신발은 카본 플레이트가 전족부에 달려 있는 신발인데, 진짜 본격적인 26만원씩 하는 카본 레이싱화에는 못 비비지만 대충 가볍고 카본 찍먹 정도는 할 수 있는 훈련화 정도로 분류되는 것 같다.

    이미 내게는 노바 블라스트도 있었지만 하나의 러닝화만 계속 신으면 수명 짧아진다고도 하고, 레이스 날에는 좀 가볍고 반발력 좋은 러닝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과감하게 질렀다. 속도 내는 훈련 할 때 신으면 되지 뭐. 그런데 대충 신어 보니 이 자식 제법이었다. 템포런을 해 봤는데(물론 템포런 시 페이스 줄여야 한다는 거 몰라서 최대한 빡런함), 그 전까지는 해 보지 못했던 속도가 나는 것이다.

    제법인걸 ㅋㅋ 이놈자식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띠용띠용 굴러가는데 분홍신 신고 춤추는 기분이었다. 얘도 이런데 진짜 비싼 베이퍼플라이라든지 아디오스 프로 이런 자식들은 어떨까. 내가 신어볼 일이 있을까..?

    그런데 이날 분홍신 신은 김에 너무 신나게 뛰었더니 장딴지 근육에 살짝 무리가 와서 다음 훈련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맙소사 ㅋㅋ 종아리의 회복을 기다리고 나니 딱 일주일이 남았다. 계획을 세웠다. 대회일 딱 일주일 전에는, 대회 페이스로 4킬로를 뛰자. 목표가 50분 안쪽이었으니 딱 500 페이스로 뛰면 됐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4km를 조깅하기. 전날에는 2km를 나눠서, 1.5km는 5분 페이스, 0.5km는 4분 50초 페이스로 뛰기로 했다. 다 생각한 대로 수행은 됐는데, 전날 달리기가 너무 빨리 뛰어져서 평균 페이스가 435가 나와버려가지고 이거 연습이 되려나.. 싶기는 했다.

    이렇게 준비는 다 끝났다. 첫 오프라인 대회. 목표가 왜 50분이었을까? 상반기에 그렇게 망했는데? 정강이 때문에 훈련 복귀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잘 모르겠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빡런들로 정강이를 갈았지만 분명 열심히 했으니까. 새 러닝화로 3km를 450페이스 안쪽으로 뛸 수 있었으니,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실전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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