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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조선일보 서울하프마라톤 후기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3. 5. 16. 23:15

    대회가 2주 넘게 지난 이 시점에서 후기를 씁니다. 막 끝났을 때에는 개힘들어서 쓸 수가 없었고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습니다 사람이 좀 이럴 수도 있습니다 ㅋㅋ 나를 게으르노마스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군요 ;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기에 더욱 미룰 수 없어 대충대충 써보려고 합니다 나를 미루노마스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ㅋㅋ 그럼 히위고

     

     

     

    지난번에 동마 관련해서 올린 계획표이다. 8주까지는 대강 비슷하게 갔는데, 9, 10주는 조깅페이스보다는 대회페이스로 잡기 위해서 거리는 줄이고 페이스는 올렸다. 페이스는 원래는 km당 450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잡는 건가? 싶어서 445 페이스로 잡았다. 445로 잡고 있다가 레이스 후반부에 힘내면 1시간 40분을 깰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계산 ㅋㅋ 마이크 타이슨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누구나 계획이 있다? 후두려맞기 전까지는? ㅋㅋ

     

    레이스를 일주일 앞둔 9주차 일요일에는 16km LSD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대회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너무 볼륨이 큰 운동 같았다. 그래서 페이스에 익숙해질 겸, 리허설을 하기로 했다. 21.0975km의 1/3이 조금 넘는 8km를 대회페이스로 달리는 것이다. 대회에 입을 옷, 신발 등등 다 똑같이 해서. 원래는 시간도 맞추려고 했는데 늦잠자서 실패함 ㅋㅋ ㅈㅅ 이렇게 인생을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아무튼 늦게 일어난 대로 그냥 뛰는데 너무 해가 쨍쨍해서 그런가 445를 뛰는데 뒘질 것 같은 것이다. 결국 4.5km 시점에서 낙오함 ;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소리가 들렸다. 5km를 못 미는데 21km를 밀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목표를 좀 낮추는 게 어떨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천사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때에는 어쩐지 1시간 40분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른다... 왜 집착했지..? 마치 침착맨 친구 집착맨처럼..? 내 머릿속에서 1시간 40분이 좀 하수랑 중수를 나누는 기준처럼 되어 있는데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리허설 때에는 날씨가 좀 더워서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레이스주에 몇 번 445페이스 연습해 보고(근데 결국 445페이스 맞추지는 못함 ; 440 450 계속 이랬다.), 크게 부담은 안 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대회 페이스는 445대로 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말을 안 했는데, 동마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러닝용 스마트 워치를 샀다는 것. 갤워치가 있었지만 실시간 페이스가 너무 부정확했기 때문에 제대로 페이스를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하프까지는 배터리도 간당간당할 것 같기도 하고.. 자꾸 터치되는 거 귀찮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쓰는 가민, 가성비가 좋다는 코로스 사이에서 고민했다.

    털 ㅈㅅ ;

    결국 고른 건 코로스의 페이스2였다. 킵초게 선생님이 쓰신 어쩌고기도 하고, 55보다 시인성도 좋고 고도계도 달려 있다고 하고.. 하여튼 잘 모르지만 걍 가성비 좋다길래 삼. 나는 뭐 살 때 무조건 가성비 붙여서 검색하는 자식입니다. (ex : 겨울코트 가성비) 사니까 확실히 갤워치와는 달리 배터리도 오래가고 버튼식이고 화면도 좋긴 했다. 연습할 때도 훨씬 쾌적하게 러닝할 수 있었다. 근데 차고 나면 저 환공포증 구멍들 모양 따라서 손목피부에 비늘생김 ㅋㅋ 파충류 굿

     

     

    그리고 아무튼 준비가 끝나고 하프 레이스에 나섰다. 당일 날씨는 약간 구름끼고 쌀쌀했다. 대회장에 출발 한 시간 정도 전에 도착해서, 짐 맡기고 워밍업 1km 정도 하고 장실 좀 들락날락했다가 출발선에 섰다. 하프 기록이 없어서 A그룹에는 못 서고 B그룹에 섰는데, 늦게 와서 B그룹 후미에 서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여서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출발. 초반에 병목 현상이 있었지만 대충 됐다. 초반 2km 지점까지 살짝 오르막이다가 한 5km 지점까지는 긴 내리막이 있고, 그 이후 평탄한 가운데 오르락 내리막이 소소히 반복되는 코스였다. 오르막에서는 455페이스, 내리막에서는 435 페이스가 목표였고 얼추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확실히 내 페이스가 바로바로 반영되니까 다르더라.

     

    원래 계획대로라면 B그룹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쫓아갔어야 했는데, 뛰어도 뛰어도 따라잡기 어려웠고 어느 순간 배추(포기를 셀 때나 쓰는 말)를 했었으나 C그룹 페이스 메이커에게 따라잡힌 덕에 그 분을 따라갔다. 근데 ㅋㅋ 그분 할아버지였는데 종종종 너무 잘 달렸다 ; 타조인 줄 앎 ;

     

    중간에 다리도 두 번 건너고, 무슨 터널에서 클럽쑈도 하고 즐겁지만 힘겹게 페이스메이커를 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페이스메이커 할아버지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은 채로 힘들게 쫓아갈 뿐이었다 ㅋㅋ 역시 445페이스는 나같은 자식에게는 너무 빠른 목표였던 것이다.

    ㅋㅋ 미칠 준비 됐습니까 ~

     

     

    15km 지점에서 급수하고 나서 아 이거 못 쫓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내 페이스는 느리지만 착실히 떨어지기 싲가했다. 450에서 500으로 떨어졌고, 17km 정도의 시점에서 월드컵공원 앞을 지나가서 쭉 돌아갈 쯔음에는 살아 있는 게 다행인 상태가 되었다. 페이스는 어느새 510으로 떨어졌고, 20km지점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깐 반등해 봤지만 그 덕에 1km 남기고는 정말로 배추를 고민할 상태가 되었다. 마침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계속 뛰어가던 반팔티 아저씨도 걸어가기 시작함..

     

    옆구리가 아파서 상체를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달리기를 취미로 삼은 자식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감각이었다. 학창시절에 무리해서 축구를 하거나 1.6km 오래 달리기를 시작한 때에만 했을 뿐.. 아마 너무 열심히 횡격막을 움직이느라 이렇게 된 게 아닐까 ㅋㅋ 아님말구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20km를 뛰어왔는데 고작 1km 때문에 그만둘(like a 군만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ㅋㅋ 사람살류 하면서 겨우겨우 뛰었다. 결승선이 100m 정도 앞에 보이는데, 뒤에 서 뛰던 사람들은 신나서 마구 뛰어가는데 오만상 찡그린 채로 겨우겨우 좀비처럼 다리 끌면서 뛰듯이 걸어가는 사내의 심정을 아십니까?

    ㅋㅋㅋㅋㅋㅋ ㅠㅠ

     

    아무튼 마지막 한 10m 정도 겨우 뛰어 들어오고 제대로 허리도 못 펴다가 한 1분 걷다 보니 대충 몸이 회복이 됐다. 1분 전에 뒘질 것 같았던 것이 거짓말처럼... 역시 배추하지 않기를 다행이라고나 할까 ; 아무튼 그래서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걍 450 페이스로 간 거랑 똑같이 됨 ㅋㅋ 오히려 그냥 445 뛴다고 깝싸지 말고 450 페이스로 뛰었으면 더 잘나왔을지도..? 하지만 결과론이고, 다 지나간 일이고 그 계획 세울 때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알 수 있었겠죠.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지나고 나니 후회없이 뛰었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오랜만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은 레이스였고,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레이스였다. 그래도 아무튼 이제 나는 하프마라톤을 뛴 사내가 되고야 말았다.

     

    맨 처음 뛸 때에는 대회..? 굳이..? 라고 생각했지만 10km 대회에 나갔고, 그때에는 하프..? 굳이..?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하프에 나갔다. 그리고 11월에는 풀코스에 나간다. 나는 돌았다.. 예전 같으면 그걸 왜? 당신 돌아이입니까? 라고 생각할 만한 일을, 계단식으로 올라가다 보니 별 위화감 없이 신청하게 된 것이다.. 마치 개구리가 물이 천천히 올라가서 뜨거운 것을 모르고 죽는 것과 같이..(실제로는 도망간다고 함)

     

    한 7월 중순까지는 대충 스프린트와 조깅을 섞어 가면서 뛰다가, 그 이후로는 18주 정도 빡세게 풀코스 준비를 할 생각이다. 부상 없이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근데 요즘 신스플린트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도 나는데 어떨지 ; 올여름 엄청난 놈이 찾아온다 ; 그럼 이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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