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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서울 동아마라톤 10km 후기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자식 2023. 4. 2. 23:46

    3월 19일에 서울 동아마라톤이 있었습니다. 저는 10km에 참가했고요. 귀찮아서 미루다 보니 후기가 늦었습니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간단하게라도 쓰려고 함 ㅋㅋ

     

     

    - 지난 줄거리 -

    2022년 하반기부터 대회 나간다고 갑싸던 나. 겨울 동안 깝싸면서 확 마일리지 올렸다가 신스플린트가 왔다. 한 달 쉬고 대충 나았다고 생각해서 또 뛰었다가 신스플린트가 재발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달리기 좋아하는 양반들의 의견에 따르면 신스플린트는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또 건드려버리면 다시 0으로 돌아간다고 함.. 그래서 2월 중순에야 달리기에 복귀할 수 있었다. 나이 먹고 회복이 좀 느려진 것 같다 ㅋㅋ 가만안둬

     

    올해 목표는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는 거였다. 맨날 10km 대회만 나가니까 뭔가 끝나도 살짝 아쉽고 어쩌고 그런 느낌이 있어서.. 내가 돌은 것처럼 보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 ㅋㅋ 4월 30일 조선일보 서울 하프 마라톤에 나갈 생각이었기에 남은 시간은 약 9주 정도. 대충 계획을 짰다. 이렇게.

     

     

    ER은 이지 런. 말 그대로 조깅. LT는 젖산역치 훈련. LSD는 롱 런. 길게 조깅하는 것. 시간이 워낙 없어서 좀 타이트하게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다.

     

    4주차에 있는 10k 레이스가 바로 동마였다. 동아마라톤에는 10km와 풀코스만 있는데, 지금 당장 풀코스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10km로 ㄱㄱ했다. 근데 신스플린트 회복이 너무 느렸어서 하프가 만약 있었어도 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동마는 특별한 대회지만, 이번 동마는 내게 하프마라톤으로 향하는 통과 지점에 있는 대회였다. 그래서 딱히 목표도 없었다. 그냥 PB(개인 최고기록)인 47분 40초보다 빠르게 들어오는 것 정도?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마법같이 내 실력이 늘어 있어서 45분 안쪽에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다.

     

    훈련표를 보면 알겠지만 주 4~5회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는 주5회를 기본으로 하되 몸 상태 봐서 주4회로 가기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그냥 매주 주 4회 하는 사람이 되었다 ㅋㅋ ㅈㅅ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쉬어가면서 했기에 이처럼 빡빡한 일정에도 부상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훈련을 하다가 대회날이 밝았다. 대회 전에 설왕설래가 많았다. 10km는 도착지에 짐을 보관하고 출발지까지 지하철 타고 오라는 뭐 그런 공지를 했다가 여론 몽둥이에 후두려 맞고 철회하는 해프닝 같은 게 있었는데, 막상 가니까 당일 운영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올림픽 공원에 가 보니 역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풀코스와 10km가 도착지만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같고, 10km는 올림픽 공원에서, 풀코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어쩌고라고 들어서 그렇게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엄청나게 많았다. 집에서 좀 가까운 곳이라 여유 있게 도착했더니 할 게 없어서, 짐을 빨리 맡기고 화장실 갔다가 대충 조깅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근데 몸을 다 풀었는데도 시간이 한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발견해 버렸다. 원래 계획은 40분쯤 몸 풀기 시작해서 30분쯤 끝내고 어슬렁거리다가 출발지 합류하는 게 목표였는데 통한의 실수 ㅋㅋ 나를 몸을 풀도록 데려간 말의 목을 베고 싶었지만 김유신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참고 주위 경치 구경이나 조금 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몸을 또 풀고 A그룹 집결지로 항했다.. 근데 너무 많이 걸어야 해서 걷는 동안 힘 다 빠짐 ㅋㅋ 통한의 실수  

     


    이번 대회는 아주 세부적으로 그룹을 나눴던데, 나는 A그룹이었다. 50분 이내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A그룹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귀찮아서 기록 제출을 안 한 사람이 많을 듯 ㅡㅡㅋ 그동안은 계속 뒤에서만 출발했는데 이렇게 쾌적하게 뛰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도 좀 덜 피해도 되고.. A그룹 녀석들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냐고 ㅋㅋ

     

     

    아무튼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출발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은 천천히 뛰는 사람들 제쳐가면서 뛰기 바빴는데, A그룹 녀석들은 나름 열심히 뛰는 녀석들이라서 그냥 대충 따라 가는 느낌으로 뛰었다. 근데 처음에 길 잘못 들어서 조금 멀리 돌아감.. 아무튼 처음은 나름 순조로웠다. 업힐이 조금 있긴 했는데 이에 따라서 페이스를 조금 낮췄다.

     

    나는 갤럭시 워치 4를 쓰고 있는데 이 녀석 실시간 페이스가 조금 부정확해서 실시간 페이스에 10 정도 더해야 실제 값 비슷하게 나온다. 그래서 445 정도로 맞춰 가기 위해, 워치에 435 정도 뜨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면서 뛰었다. 초반에는 조금 맞아떨어졌다. 약간의 업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맞춰 간 것 같으니까. 그 이후에, 그러니까 한 2km 지점에서 살짝 내리막길이 있었는데, 거기서 속도를 조금 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막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3km 구간쯤부터 업힐이 계속됐다. 근데 나는 대충 다운힐에서 뛰던 관성대로 쭉 달려버린 것임..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늘은 특히 몸도 조금 가벼운 것 같고, 주위 사람들도 다 이 정도는 뛰고 하니까 걍 뛰기로 했다. 마치 예전에 손기정 마라톤 때 했던 것처럼..

     

    그리고 4km 구간에서 꽤 높은 업힐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속도를 안 줄였다. 이게 진짜 큰 패착이었던 듯. 이때 1차로 사경을 헤매기 시작했다. 페이스는 늦어지고, 왜 내가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가 들기 시작하고 머릿속에는 사람살려라는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ㅋㅋ 사람들은 또 나를 마구 추월하기 시작함.

     

    이때 후회하고 있을 때 왼쪽에서 누군가가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 지나갈게요~ 라고 말하길래 놀라서 옆으로 피하니 이영표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 조원희가 따라가고 있었다. 몇 명이서 뛰는데 모두 당근색 알파플라이를 신고 호쾌하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누구 한 명 머리가 아주 작은 사람이, 호쾌하면서도 굉장히 사뿐사뿐 이쁜 폼으로 뛰길래 설마 박보검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맞았다고 함. 나보다 1분 더 빠른 기록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아무튼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은지, 꽤 올라갔던 만큼 다운힐이 꽤 길어서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속도를 나름 내면서 주위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8km 정도 구간에서 2차 사경 입갤함 ㅋㅋ 지금 돌아보면 다운힐이라고 깝싸면서 너무 속도를 냈었던 것 같다. 이미 내 심장과 폐는 한계인데.

     

    https://youtu.be/-aBBZjjvNMw?t=1042 

     

    이날은 조유리가 커버한 한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무한반복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8.5km쯤에서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이어폰을 귀에서 떼어 버렸다. 그 순간 주위에서 헉헉거리는 소리랑 신발로 바닥 두드리는 소리밖에 안 들림. 여태까지 대회에서 뛰면서 이어폰을 한 번도 뗀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으니 신기했다. 그렇게 뛰고 있으니 사람들이 갑자기 질주하는데, 왜 그러지? 라고 봤더니 9km 지점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뒘지기 직전이어서 마지막 질주할 힘도 없었다.... 계속 운명을 저주하고 신이시여 이제 만족하시나이까? 를 속으로 외치면서 뛰다 보니 10km 결승선이 있었고, 그제서야 조금 미약하게 속도를 냈다.

     

     

    그렇게 또 오버페이스를 해서 망했지만 아무튼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그래도 훈련을 성실하게 했기 때문에 이런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심 45분 돌파 어쩌고 이런 생각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ㄲㅂ요 ㅋㅋ

     

     

    그리고 이때 한창 일이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걍 짐만 받고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와서(사실 친구 없어서 원래도 그냥 바로 집 오긴 함), 지하철역에서 과자 사서 먹으면서 집 온 다음에, 씻고 한 시간만 낮잠 때리고 점심으로 베트남 쌀국수 먹고 바로 출근했다.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사실 별 이야기도 없군요. 오버페이스 2번 했더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기록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버페이스는 ㄴㄴ요 ㅋㅋ 그리고 훈련 성실하게 잘 해서 4월 하프마라톤 잘 뛰겠습니다. 그럼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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