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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울> - 냉소적인 질문에 대한 낭만적인 대답
    영화 2021. 2. 7. 19:10

     

    * 이 글에는 영화 <소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살까? 다양한 삶의 목적이 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물질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종교인 사람도 있고 예술인 사람도 있겠다. 주인공인 조 가드너는 음악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학교에서 밴드를 담당하는 교사로 살면서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을 꿈꾼다. 마침내 그는 동경하던 재즈 뮤지션의 밴드에 들어갈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고, 바로 맨홀에 떨어져 죽을 위기에 빠진다.

     

     

     

     

    사후 세계에서 도망친 조는 ‘유 세미나’라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은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다. 영혼들은 각각의 성격으로 배지의 칸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스파크’를 받아서 마지막 칸을 채우면 살아날 준비를 마치게 된다. 그곳에서 조는 22번이라는 문제 영혼을 만나게 된다. 이 영혼은 음악, 요리, 미술 어떤 부분에서도 스파크를 얻지 못해 계속 유 세미나에 머물러 있는 영혼이다. 22번의 배지를 완성하고 그 배지를 받아 조가 지구로 돌아가면, 22번은 영원히 유 세미나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와 22번은 22번의 스파크를 찾아내기로 약속한다. 우여곡절 끝에 22번의 배지를 완성시킨 조는 재즈 밴드에서 일생 동안 꿈꿔 왔던 공연을 완성시키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삶은 하나의 목적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내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조의 성격이 강조된다. 조는 음악적 성공이 아니면 자신의 삶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늘 가던 이발소에서 이발사가 관심 있는지 없는지는 신경 안 쓰고 재즈 이야기를 한다. 오랜 기간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이러한 사람일수록 위험하다. 삶의 의미를 한 가지에 두고 사는 사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인지, 사랑했던 사람인지 불분명한 존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않고, 어머니와의 문제를 제대로 풀 생각하지 않는 것도 영화에서는 비슷한 맥락에서 비춰진다. 음악 이외의 삶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삶에 하나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건 삶에 목적이 없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우연의 결과로 생긴 아미노산 거품이, 모여 만든 세포들이 우연을 통해 만들어 낸 돌연변이의 결과물이다. 우리와 우리의 조상들은 존재하고 싶어서 존재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자유롭게 뭔가를 바라고 의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개체가 자연 선택에 따라 더 많이 살아남은 것에 불과하다. 어떤 진화생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DNA를 운반하는 기계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별들을 보면 별자리로 잇고 싶은 사람이다. 점을 보면 선을 긋고 싶은 사람이고, 선을 보면 선의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우리는 분절된 우리의 경험을 인과적으로 구성하고 그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그게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무의미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적인 시선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흐르게 된다. 우리의 삶이 총체적인 무의미에 가깝다면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

     

    이처럼 냉소적인 질문에 대한 영화의 대답은 낭만적이다. 22의 배지가 완성된 이유는 그가 어떤 재능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맛있는 피자를 먹었기 때문이고, 쏟아지는 햇볕을 가리면서 빙글거리며 내려오는 단풍나무 씨앗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삶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하나의 테마가 아니라,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아름다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질문과 대답을 고급스럽게 숨겨 두고 관객이 찾도록 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빛난다. 그것은 냉소적인 질문을 아름다운 답으로 이끄는 의지 때문이고, 일상을 소중히 하라는 뻔한 답을 뻔하지 않게 찾아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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