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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셜 네트워크> - 인간의 숙명
    영화 2019. 12. 19. 23:08

     

     

    * 이 글에는 <소셜 네트워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성공했지만 주위의 모두를 잃고 고독하게 혼자 남아 생각에 잠긴 모습. 마치 갱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엔딩 같은 장면을 <소셜 네트워크>가 보여 준다. 갱스터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사업 과정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믿을 수 없게 되거나 회사에 피해를 끼친 인물을 제거한다. 그 과정 뒤에 그에게 남은 건 성공과 고독이다.

     

    보통 갱스터 영화에서는 평범하던 사람이 점점 악에 물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 마크(제시 아이젠버그)는 처음부터 개자식이다. 그는 하버드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여 여성 학생의 얼굴을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었음에도 죄책감이 없다. 오히려 해킹에 성공하고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전 여자친구에 대한 성희롱적 글을 블로그에 올려 상처를 주고도 그다지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마크의 모습은 전형적인 타인과의 교감이 어려운 천재다. 표정의 변화가 적고, 의사소통은 일방적이고, 특정 주제에 대해 집착하며, 본인의 목표를 위해서는 모두를 도구로 대하고,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로맨스 영화에서 등장하면 처음에는 계산적으로 상대를 대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벽을 깨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해 해피 엔딩을 맞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마크를 건조하게 다룬다. 이 영화는 우당탕탕 페이스북 만들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마크는 본인에게 사업 제안을 한 엘리트들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고, 성공 가도에 오르자 개국공신이자 그의 유일한 친구인 왈도(앤드류 가필드)를 속여 그의 지분을 빼앗으며, 마지막에는 직원들을 데리고 파티를 하다가 마약 단속에 걸린 숀(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내쫓는다.

     

    마크 역시 기계는 아니기 때문에 물론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마크는 남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 교환과 사회적 의사소통 스킬을 활용할 수 없다. 뭔가에 서투른 사람일수록 이해가 어려운 영역을 눈에 보이는 수치로 계량 짓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마크가 클럽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클럽에 소속되면 미묘한 사회적 스킬을 활용하지 않고도 관계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계와 구분 짓기는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등장한다. 집단으로서 집단의 안과 밖을 구분 짓고 그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크의 욕망은 배타적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을 만든다. 의외로 이런 시도가 먹힌다. 사회적 스킬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크는 오히려 그렇기에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잘 통찰할 수 있었고, 그런 면을 겨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엄청난 성공으로 몰아넣은 페이스북의 배타적인 인간관계는, 그가 에리카 울브라이트(루니 마라)에게 친구 신청을 해도 에리카가 받아 줘야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크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크가 듣는, "당신은 나쁜 자식 아니에요. 그렇게 되려고 애썼을 뿐이죠." 라는 말은 마크에 대한 완벽한 오해다. 그것이 의도된 건지 의도된 것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마크는 이 영화의 처음부터 타인에게 죄책감 없이 상처를 입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타인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인물이었다. 이 대사는 마크가 완전히 혼자 남았고 아무도 그를 이해해 주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그가 홀로 남은 건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악당의 필연적 결과다. 그는 사회적 성공을 통해 인간관계를 우회하는 길을 찾으려 했지만, 인간관계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해를 낳기 쉬운 미묘한 사회적 스킬과, 타인의 감정을 읽으려는 지난한 노력, 감정의 교류가 필요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인간이라는 종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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