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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위쳐>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영화 2019. 12. 27. 21:52
(* 이 글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 나왔다. 나는 위쳐 게임을 플레이한 적도 없고 유튜브로 게임 '위쳐 3'의 플레이 영상을 봤을 뿐이지만, '위쳐 3'의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엔딩까지 보고 난 후의 내 감상이다. 구성에 대해 는 게롤트(헨리 카빌), 예니퍼(안야 차로트라), 시릴라(프레이아 앨런) 이렇게 세 인물이 겪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야기들의 경계가 확실하지는 않다. 중간중간 게롤트와 예니퍼의 이야기는 겹치기도 하고 파이널 에피소드는 세 인물이 소든에서 교차하는 컨셉이기도 한다. 게롤트와 예니퍼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시릴라의 이야기는 띄엄띄엄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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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인간의 숙명영화 2019. 12. 19. 23:08
*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성공했지만 주위의 모두를 잃고 고독하게 혼자 남아 생각에 잠긴 모습. 마치 갱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엔딩 같은 장면을 가 보여 준다. 갱스터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사업 과정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믿을 수 없게 되거나 회사에 피해를 끼친 인물을 제거한다. 그 과정 뒤에 그에게 남은 건 성공과 고독이다. 보통 갱스터 영화에서는 평범하던 사람이 점점 악에 물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 마크(제시 아이젠버그)는 처음부터 개자식이다. 그는 하버드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여 여성 학생의 얼굴을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었음에도 죄책감이 없다. 오히려 해킹에 성공하고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전 여자친구에 대한 성희롱적 글을 블로그에 올려 상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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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진실> - 때때로 그들은 우리를 잡아먹는다영화 2019. 12. 16. 00:52
(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영화감독이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올리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 그의 커리어는 한 단계 위로 올라설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집에서 일가족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은 이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음모론 데이비드 크롤리는 어린 시절 군인을 동경했고, 이에 따라 입대했지만 그가 이라크에서 복무하면서 목격한 것은 부도덕한 전쟁이었다. 거기서 그는 진실이 시민들에게 가려져 있고 시민들이 이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러한 경험은 그가 음모론에 빠지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루미나티 같은 존재가 은밀히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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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수민 - 선분들시 2019. 12. 14. 00:56
선분들 모수민 모퉁이를 돌아나는 들어간다 선분들로빌딩의 그림자를 밟으며다세대 주택 사이로도망치는 쥐며느리들 이 길을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내 앙상한 과거 위에 세균처럼 모여 있는기억들이 모션 픽쳐처럼 나를 추적한다견뎌야 돌아갈 수 있다 내 보잘 것 없는 세계로여전히 기어가는 쥐며느리들 나는 가끔 바퀴벌레를 돌로 내리쳤던 일을 생각한다이리저리 튀어오르는 파편 사이로 하얀 속살이 보였다 어쩌다 나에게 이렇게 협소한 세계만이 놓였을까이 선분들을 견디고 나면 내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어디론가 움직이는 쥐며느리들 나는 몸을 말 줄 모르는 쥐며느리를 말리다가 죽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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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훈 - 주공 2단지시 2019. 12. 10. 23:32
주공 2단지 주대훈 주공 2단지 버려진 배구장 족구장 흙바당에서 축구공을 차다가 비둘기의 머리를 맞힌 적이 있다 기울어진 대가리 대가리. 어딘가를 보는 과녁 같은 눈으로 나는 추워진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던 곳 고운 흙 사이 작은 자갈 같은 눈. 빨간 자위 한가운데 검은 눈동자 초점 없는 검은 자위 무엇을 보았을까. 스타 축구공 초등학교 옆 문방구에서 빨간 그물에 넣어 팔던 천천히 날아오는 축구공 옆의 움직이는 사람들 안개 같은 입자들 그림자 우리집에는 축구공이 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새는 그리운듯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다 날아갔다 우리는 계속 철망 한 칸으로 공을 찼다 주공 2단지가 재개발될 때 전세집이던 우리는 메뚜기처럼 튀어나갔다 풀밭엔 한쪽 비둘기 날개가 스포츠 브랜드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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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모두 거짓말을 한다영화 2019. 12. 10. 00:58
*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을 읽으시기 전에 밝힐 것이 있습니다. 저는 킹스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는 킹스맨 시리즈의 전체 내용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내 부모님은 시장에서 문방구를 하셨다. 문방구 바로 옆집에는 옷집이 있었는데, 그곳을 운영하시던 분은 국회의사당의 정치인들을 싹 쓸어서 한강에 넣어 버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의 마지막 장면에는 전자칩을 이식한 엘리트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광경이 나온다. 만약 그 옷집 사장님이 그 장면을 봤다면 매우 만족하시지 않으셨을까? 는 민중의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그러한 회의주의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을 때 어떤 장면이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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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비판 - 블랙 아웃영화 2019. 12. 4. 23:23
* 이 글에는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의 주인공 주디는 경찰을 꿈꾸는 토끼다. 주디는 피나는 노력 끝에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모든 동물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산다는 '주토피아'에서 경찰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주디에게 주어진 건 토끼에 대한 여전한 차별. 하지만 주디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극복하고 사기꾼 여우 닉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어떤 장면이 나오고, 이 영화는 지금까지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주디가 해결한 사건은 육식동물이 야성을 되찾고 주위 동물을 공격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모험 끝에 사건 후 어디론가 사라진 육식동물들이 시장에 의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찾은 주디는 기자회견을 맡는다. 그런데 주디는 여태까지의 총명했던 모습과는 ..